[4·11총선 D-20] 물러나자니 野연대 흔들 버티기엔 도덕성 흠집… 궁지몰린 이정희
입력 2012-03-21 19:01
야권 후보 단일화 여론조사 과정에서 나이 조작을 시도한 것으로 드러난 통합진보당 이정희 공동대표의 거취가 정치권 초미의 관심사로 부각됐다. 그의 서울 관악을 후보 유지 여부는 총선에서의 전국적 야권후보 단일화 향방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공동대표는 민주통합당 한명숙 대표와 함께 야권연대의 상징적인 인물이어서 어떤 형식으로든 후보에서 물러날 경우 야권연대가 심대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도덕성에 큰 흠집이 간 상태에서 버티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두 야당과 관련자들은 21일 그의 거취를 놓고 힘겨루기를 계속하는 한편 물밑 대화를 병행했다.
이 공동대표는 이틀째 경쟁자인 민주당 김희철 의원에게 재경선을 제안했으나 김 의원은 거부하면서 거듭 사퇴를 요구했다. 이 공동대표는 라디오에 출연해 “내 자신에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에 더 엄격해야 한다는 것은 당연하지만 용퇴보다 재경선이 책임 있는 자세”라고 주장했다. 이에 김 의원은 기자회견을 갖고 “경선이 명백하게 부정으로 얼룩졌다면 사퇴하는 것이 관악구민에 대한 예의”라고 압박했다. 통합진보당 심상정(경기 고양덕양갑) 공동대표와 노회찬(서울 노원갑) 천호선(서울 은평을) 공동 대변인에 대해서도 민주당 측 낙선 예비후보들이 여론조사 조작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민주당 박영선 최고위원은 “이 공동대표가 억울한 부분이 있겠지만 큰 정치인이 되려면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줘야 한다”며 후보 사퇴를 요구했다. 박지원 최고위원도 유사한 입장표명을 했다. 그러나 한명숙 대표는 긴 침묵을 이어가고 있다. 그냥 묻고 지나가고 싶은 게 그의 속내임이 분명하다.
이에 통합진보당의 이정희 심상정 유시민 조준호 공동대표단은 긴급 성명서를 내고 민주당에 지도부 만남을 제안했다. 지도부가 머리를 맞대고 해결점을 찾아보자는 것이다. 이들은 “최근 민주당 일부 후보들의 언행은 우려를 자아내게 한다. 사태수습 방안을 찾고 야권을 단합시키는 데 전력을 다해야 한다”고 밝혔다. 민주당 박용진 대변인은 이에 대해 “양당 지도부 회동 필요성에 공감하나 문제를 야기한 측의 태산 같은 책임이 전제돼야 한다는 점을 말씀드린다”며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김희철 의원도 여론조사 조작을 시도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귀추가 주목된다. 관악구 주민이라고 밝힌 한 네티즌은 인터넷 게시판에 지인이 김 의원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문자메시지를 공개했다. 메시지는 ‘부탁 좀 드리겠다. 40세 이상 질문이 끝나고 19∼39세 응답해 주세요. 야권 단일후보 김희철 지지해 주세요’라고 돼 있다.
김 의원 측이 보낸 문자메시지가 문제가 될 경우 김 의원도 후보가 되기 어렵다. 양당이 책임을 지고 무공천 지역으로 두든지, 제3의 인물을 후보로 내세워야 하는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 어찌됐건 이번 여론조사 조작 파문으로 야권연대 효과는 반감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성기철 기자 kcs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