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포럼-강기홍] 주5일 수업, 멋진 토요일
입력 2012-03-21 18:16
일전에 한 기관에서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여가 때 주로 무엇을 하느냐”고 설문조사를 한 적이 있었다. 답은 무엇이었을까?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아마 십중팔구 정답을 맞힐 것으로 예상되는 그것은 ‘컴퓨터 게임’(25.1%)이었다. 게임하는 자녀와 부모가 갈등을 빚는다거나, 게임중독에 빠진 청소년들을 한탄하는 뉴스 등이 잦은 곳이 한국이니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하지만 이런 청소년들에게 여가 때 정작 하고 싶은 활동이 무엇인지를 물어본 결과는 의외였다. 응답자의 28%가 여행을 떠나고 싶다고 했다. 입시와 경쟁에 찌들리고 대화에 목마른 청소년들이 처해 있는 여가의 실태를 보여주는 한 단면이라고 하겠다.
지난 2일부터 초·중·고 주5일제 수업이 일제히 시작됐다. 청소년들의 여가 선용을 유도하고, 그로 인한 내수효과를 거두기 위한 목적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제도가 시행됐다고 원하는 결과가 얻어지는 것은 아니다. 저소득층 등 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계층들이 엄연히 있기 때문이고, 이로 인해 사교육비 증가 등을 걱정하는 소리는 그 전부터 있었다.
주5일제 수업으로 학부모들은 자녀들의 늘어난 여가시간을 알차게 보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하지만 토요일에도 일을 해야 하는 자영업자와 맞벌이 부부의 자녀들은 집에서 하루 종일 컴퓨터게임 등에 방치될 가능성이 더 높다.
학교에서 마련한 토요프로그램이 형식에 그치고, 교육적 효과를 거둘 수 없다면 학부모들은 그나마 생긴 자녀의 토요일을 사교육으로 메울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 어렵게 시행한 주5일제 수업이 이렇게 된다면 사교육으로 인한 병폐만 확산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따라서 보다 내실 있는 토요프로그램을 개발해 청소년들이 널리 향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청소년을 위한 토요프로그램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교육당국을 비롯한 관련 부처, 학계와 업계, 사회단체 등이 모두 관심을 가져야 한다. 특히 지역사회의 적극적 참여야말로 이 제도의 성패를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열쇠이다. 학생들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체조, 서커스, 댄스, 연극, 음악 등 다양한 분야의 자질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프랑스는 교육 소외지역 무료 프로그램으로 서커스, 댄스, 연극, 미술, 합창 등의 표현 및 창작 프로그램과 스포츠 프로그램을 학교 또는 스포츠 여가센터 등에서 운영 중이다. 일본도 마찬가지로 지역 전통문화 시설, 자연체험장, 지역주민센터나 도서관 등의 지역자원을 활용해 다양한 토요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도 수도권의 초등학생 대상 토요체험학습 여행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운영하는 시범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최근 우수 토요체험학습 여행상품을 선정한 데 이어 4∼7월까지 역사전통, 문화예술, 농산어촌 등 6개 테마의 다양한 상품을 개발해 모두 1만1200명에 이르는 초등학생들에게 참가경비를 지원한다. 이제 시작에 불과할 뿐이지만 각계에서 더욱 교육적이고도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개발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다. 오늘날 청소년 교육은 정말 백년을 바라보면서 미래의 인재들을 키우고 있는지 고민해봐야 한다. 청소년들이 성장과정에서 감성을 키우고 벗과 추억을 만들며, 일상을 떠나 자신을 발견해가는 데 여행만큼 좋은 것이 과연 또 있을까? 주5일제 수업이 백년을 위한 준비가 되도록 하려면 바로 지금 청소년들의 ‘멋진 토요일’을 만드는 일에 우리 모두가 나서야 한다.
강기홍 한국관광공사 경쟁력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