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3월 25일 DMZ 방문… 26일엔 후진타오와 회담

입력 2012-03-21 19:10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오는 25일 비무장지대(DMZ)를 방문한다고 백악관이 20일 밝혔다.

백악관은 오바마 대통령이 26∼27일 서울에서 열리는 핵안보정상회의에 참석하기 하루 전인 25일 한국에 도착해 DMZ를 찾는다고 공식확인했다.

백악관은 “오바마 대통령이 이번 DMZ 방문을 통해 한국과 미국의 동맹관계를 다시 확인하고 주한미군을 격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히 백악관은 이날이 천안함 폭침 사건 발생 2주년이라는 점에도 의미를 부여했다.

백악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거듭되는 DMZ 방문의 의미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동맹국 한국에 대한 지지와 2만8000여명의 주한미군에 대한 감사의 표시라고 강조했다.

이번 핵안보정상회의의 주제는 북한이 아니라는 말도 했다. 이번 방문이 북한에 대한 강경 메시지로 해석될까 경계하는 눈치가 역력했다. 하지만 미국 역대 대통령들의 판문점·DMZ 방문이 가졌던 상징성을 생각할 때 최근 북한의 광명성3호 위성 발사 등의 상황과 떼어 놓을 수 없다는 것이 워싱턴 외교가의 시각이다.

미국과 북한 간에 어렵게 이뤄낸 농축우라늄프로그램(UEP)과 핵·미사일 실험 임시 유예 등의 2·29합의가 위기에 처한 상황을 감안할 때 북한에 광명성3호 발사를 강행하지 말라는 강력한 의사 표시를 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 이명박 대통령 등과의 회담에서도 북한 위성 발사 문제를 주요 의제로 다룰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26일로 예정된 후 주석과의 회담에서 중국의 외교 노력을 강하게 주문할 가능성이 높다.

워싱턴의 소식통은 “6자회담 당사국 중 사실상 북한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나라는 중국뿐이라는 것을 미국도 잘 알고 있다”며 “오바마 대통령이 강한 톤으로 북한의 위성 발사를 막기 위한 노력을 해줄 것을 중국에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은 북한에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핵 사찰단을 파견하는 문제를 놓고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북한은 전날 IAEA에 핵사찰단을 파견할 것으로 요청한 상태다. 미국은 표면상 사찰단 파견 여부는 IAEA가 알아서 할 문제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IAEA의 입장 표명이 늦어지는 것은 미국의 입장이 정리되지 않은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미국 입장으로선 당장 ‘귀중한’ UEP 중지라는 2·29합의 내용을 점검할 사찰단의 복귀를 거부하기엔 너무 아쉬운 상황이다. 조지 W 부시 행정부 때부터 UEP의 실체를 파악하기를 원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북한 초청대로 사찰단이 들어갈 경우 북한 쪽 논리의 함정에 빠져들 것을 우려하는 것 같다.

북한은 이용호 외무성 부상이 지난 19일 베이징에서 우다웨이(武大偉) 중국 외교부 한반도사무 특별대표와 회동한 뒤 “인공위성 발사는 미국과 한 양자합의와 별개의 문제”라고 말했다.

더욱이 북한은 미국 측에 인공위성 발사를 문제 삼아 전체 협상을 깰 것이냐, 아니면 우리의 논리를 받아들이고 제한적이나마 협상을 할 것이냐 선택지를 내놓고 통큰 담판을 내놓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