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료 도난’ 신고받고 출동한 경찰관 홀로사는 노인 위해 기름 몰래 보내줬다
입력 2012-03-20 19:48
보일러 기름을 도둑맞고 추위에 떨고 있는 홀로 사는 노인에게 난방용 유류를 남몰래 넣어 준 경찰관의 선행이 뒤늦게 밝혀졌다.
부산 용호동 조모(80) 할머니는 20일 국민일보 기자를 만나 “너무 고마운 양반이야! 꼭 선행을 알려주면 좋겠어”라고 거듭 당부했다.
할아버지와 10여년 전 사별한 뒤 단칸방에 홀로 사는 조 할머니는 지난달 21일 저녁 갑자기 방바닥이 차가워져 불편한 몸을 이끌고 보일러실로 가봤다. 누군가 기름탱크 호스를 절단한 뒤 기름을 모두 빼간 상태였다.
신고를 받은 부산 남부경찰서 형사과 강동화(42·사진) 경사가 현장에 출동해 조사를 마쳤다. 그러나 당시 부산·경남지역은 영하 4도까지 떨어지는 등 매서운 추위가 닥친 날씨였다. 홀로 떨고 있는 할머니를 발견한 강 경사는 인근 주유소로 달려갔다. 이어 난방용 유류 한 드럼(28만원어치)을 산 뒤 주유소 사장에게 조 할머니의 집에 배달을 의뢰했다. 강 경사는 “혹시 할머니께서 누가 기름을 보냈느냐고 물으면 관할 동사무소에서 보냈다고 전하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현재 범인은 거의 윤곽이 드러난 상태다.
강 경사는 독실한 크리스천으로 부인, 중학교 3년생·고교 3년생 아들들과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있다. 그는 “다른 경찰관들이 그 자리에 있었어도 아마 같은 행동을 했을 것”이라며 극구 언론보도를 사양했다.
부산=윤봉학 기자 bhy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