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채소 ‘원산지 세탁’… 2년간 1000만명분 유통

입력 2012-03-20 22:20


주부 김미선(가명·38)씨는 장을 볼 때마다 강원도산 채소만을 고집한다. 김씨는 “강원도 고랭지에서 재배된 배추 등이 신선하고 몸에 좋다고 해 아이들 반찬용으로 자주 구입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까지 강원도 청정지역 산이라고 믿고 채소를 구입한 소비자들은 한번쯤 원산지 둔갑을 의심해야 할 것 같다.

하루 1000만명이 동시에 먹을 수 있는 중국산 채소를 우리나라 강원도산으로 속여 판 일당이 세관에 적발됐다.

관세청 서울본부세관은 20일 중국산 양배추와 브로콜리 등 1500t을 강원도 청정지역에서 생산한 국산 고랭지 채소로 속여 판매한 한모(51)씨 등 4명에 대해 대외무역법 위한 혐의로 검거했다고 밝혔다.

한씨 등은 2009년 7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1년8개월 동안 중국산 양배추와 양상추, 브로콜리, 샐러리 등 1500t을 GS리테일, 롯데슈퍼, 킴스클럽 등 대기업이 운영하는 유통업체를 통해 시중에 팔았다.

한국식품과학회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하루 평균 채소 섭취량은 151.4g으로 1500t이면 하루 1000만명 정도가 동시에 먹을 수 있는 분량이다. 이들은 최대 4배 비싼 가격에 중국산 채소를 판매해 8억원의 부당 이득을 챙겼다고 서울세관은 전했다.

조사결과 한씨 등은 강원도 영농조합법인 안에 마련한 비밀 작업장에서 원산지가 국산으로 표시된 대기업 유통업체 비닐포장에 담거나 대관령 등 고랭지 지역 채소로 표시된 망에 담는 수법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원산지를 감추기 위해 일부는 박스에 중국산과 국산을 섞어서 판매한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세관 관계자는 “한씨 등은 강원도에 영농조합법인을 설립해 국고지원 혜택까지 받으면서 채소를 재배해 왔으나 수급조절이 용이하지 않아 물량이 부족하자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한씨 등의 원산지 세탁 판매로 대기업 유통업체를 믿고 구매한 소비자들과 국산 고랭지 채소 재배 농가가 피해를 봤다”며 “수입 먹거리의 원산지 표시 위반행위 단속을 한층 강화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서울세관은 중국산 채소를 유통시킨 대기업 유통업체들이 원산지 둔갑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에 대해서도 조사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한씨 등이 대기업 유통업체에 중국산 채소 유통과 관련해 리베이트를 제공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서울세관은 21일 한씨 등을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