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종교인 과세 추진에 교계 찬반 논란 재점화… “미자립교회가 80%인데” “신뢰성 제고 기회”

입력 2012-03-20 20:55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의 종교인 과세 검토 발언(본보 3월20일자 1면 참조) 이후 교계가 납세를 신중하게 고민하고 있다. 그동안 여의도순복음교회 등 여러 교회가 자발적으로 세금을 납부해왔지만 국가 복지혜택에서 소외된 미자립교회와 다수의 중소형교회는 조심스런 입장을 갖고 있었다. 교계는 납세의무를 이행하자는 뜻은 옳지만 생계조차 어려운 미자립교회 목회자 지원 방안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신학적 견해·법 해석 놓고 상반된 의견=납세를 찬성하는 쪽에선 헌법 제38조 납세의 의무를 강조하며 사회적 신뢰도 제고나 사회보장제 수혜 측면에서 세금을 납부하는 게 맞다고 주장한다.

박종화(서울 경동교회) 목사는 “이중과세 논란은 교인들에게 해당되는 것이지 목회자는 상관이 없다”면서 “모든 재화를 소비하면서 간접적으로 세금을 낸 목회자가 유독 소득 면세를 주장한다면 형평성에서 어긋난다”고 말했다. 박 목사는 “성직자도 성과 속을 구별하기보다 시민이자 거룩한 근로자로서 자발적으로 조세문제를 해결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충고했다.

반대측에선 법인세법 제18조 기부금 손금 불산입 조항을 내세워 이중과세의 문제와 목회자의 제사장직을 강조한다. 한국기독교지도자협의회 신신묵 목사는 “목회자들은 그동안 이스라엘 제사장들이 세금을 내지 않는 전통에 따라 세금을 납부하지 않았었다”면서 “교인들이 헌금한 돈에서 다시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이중과세에 해당되므로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고 반박했다.

◇중·소형교회 목회자 대다수는 세금 0원=세금을 신고하지 않아 피해를 보는 쪽은 한국교회의 80%이상으로 추정되는 미자립교회 목회자다. 소득수준이 잡히지 않다보니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 계층이 받을 수 있는 자녀교육비, 생계·주거급여, 양곡 지원, 국민임대주택 입주, 의료비·전화 요금·도시 가스비 할인 등의 혜택에서 소외된다. 사례비를 고정적으로 받는다 하더라도 세금은 그리 크지 않다. 목회자 부부 2인의 경우 월 사례비가 117만원, 4인 가족의 경우 월 173만원 미만일 때는 갑근세나 지방소득세가 아예 없다. 연 사례비가 3000만원의 경우 연말정산 때 환급을 받으면 실제 납부 세액은 미미하다. 최호윤 공인회계사는 “사실상 중·소형교회 목회자는 세금문제와 관련이 없으며, 연 사례비의 10% 가량 되는 4대 보험 비용이 보다 실제적인 문제”라고 설명했다. 최 회계사는 “이 문제가 부당하게 세금을 매기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정확한 의미는 세금신고에 있다”면서 “교회가 자발적으로 납세를 선택하는 것과 사회적 요구에 마지못해 세금을 내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