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형의 교회이야기] 하나님은 선하시다-⑨ 정정숙 박사 이야기 (下)
입력 2012-03-20 18:05
남편 정태두 박사가 본격적인 투병 활동을 시작하면서 정정숙 박사와 1남1녀는 ‘중증 환자 가족의 삶’을 살아야 했다. 첫째 아들이 8세, 둘째 딸이 2세 때 부터 남편은 침대에서 누워 지냈다. 딸에게 아빠는 언제나 일어나지 못하는 환자였다.
아이들을 보며 부부는 “비록 우리가 고통 가운데 있지만 애들은 결코 고통의 희생물이 되게 하지 맙시다”라고 약속했다. 가족은 어려운 가운데서도 매일 가정예배를 드렸다. 가족 오락시간을 가졌다. 각자가 매일 감사 일기를 썼다. 이들 가족의 칠판과 벽에는 감사가 적힌 내용물로 그득했다. 감사는 거창하지 않았다. 남편은 “그제는 밤새 스무 번 깨었는데 어제 밤에는 열 번 밖에 일어나지 않아 감사합니다”라고 쓰기도 했다.
가족 레크리에이션을 위해서 책을 보고 연구했다. 서로 돌아가면서 오락시간을 인도했다. 남편은 누워서 오락 활동을 총 지휘했다. 환경은 열악했지만 웃음꽃이 피었다. 중증 환자의 집에서 행복의 냄새가 났다. 투병하면서 남편은 ‘천국 들어갈 때 부끄럽지 않게 살려’고 노력했다. 남편은 늘 “죽을 때를 알려달라” 기도했다. 삶을 정리할 시간을 갖기 위해서다. 2003년 4월에 죽는 꿈을 꾼 남편은 영원한 이별을 준비했다. 몸이 급격히 나빠졌다. 그해 5월1일부터 남편은 유언 편지를 썼다. 남편이 구술한 것을 부인이 대필했다. 죽기 전 마지막 8일간 관계를 정리했다. 자녀를 불러 용서를 빌고 축복했다. “얘들아, 멋지게 살다가 멋지게 천국서 만나자. 아빠는 천국의 삶이 정말 기대가 된단다. 천국에서 너희들을 지켜보고 기도할게.”
아들에게 용서를 빌고 이후 딸에게 말했다. “재인아, 혹시 아빠 때문에 속상하고 화난일 있으면 말해줄래? 사과하고 싶어.” 재인이 눈물 흘리며 말했다. “사실 나는 아빠 때문에 너무 화 난적이 많았어. 중요한 순간에 아빠는 언제나 없었지. 한 번도 소프트볼 경기에 응원 오지 않은 아빠를 원망하기도 했어.” “아빠는 너무나 그곳에 가고 싶었지만 아파서 못 갔단다. 대신 언제나 너를 위해 기도했어. 그러나 너무나 미안하다. 용서해주렴.”
온 가족이 펑펑 울었다. 남편은 죽기 3일전 한국에서 온 형님에게 말했다. “형님, 부탁이 있어요. 내일 저녁, 재인이 소프트볼 경기가 있는데 저 대신 참석해 응원 해주고 사진도 찍어 주세요.” 형님은 죽음을 앞둔 동생 대신 소프트볼 경기를 보러 갔다. 눈물 흘리며 동생 딸을 응원해줬다. 3일 후 정태두 박사는 영원한 하늘나라로 떠났다. 향년 46세.
재인이는 지난해 하버드 대학교 국제정치학과에 입학했다. ‘아빠의 사랑’이란 주제로 에세이를 썼다. 하버드 입학 사정관이 재인에게 편지를 썼다. “너는 정말 좋은 아빠를 뒀더구나. 그렇게 어려운 상황에서 너는 어떻게 이 많은 성취를 할 수 있었니? 너를 꼭 우리 학교에 데려오고 싶구나. 너의 꿈이 이뤄지도록 우리가 도와주고 싶단다.”
그것은 아빠의 선물이었다. 하나님은 절대 선하시다!
이태형 종교부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