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링필드 전범재판 판사 또 사퇴…인권단체 반발

입력 2012-03-20 18:02

캄보디아 양민 170만명을 학살한 '킬링필드'의 핵심 주범들을 단죄하기 위한 캄보디아 전범재판소의 재판관 1명이 또다시 사임 의사를 표명해 국제인권단체들이 반발하는 등 논란이 일고 있다.

캄보디아 전범재판소는 20일 성명을 통해 기소담당 공동 재판관인 로랑 카스페르-안세르메가 오는 5월4일자로 사임할 것이라고 발표했다고 AP 등 외신이 전했다.

스위스 출신의 카스페르-안세르메 재판관은 최근 캄보디아 측 판사가 새로운 혐의자에 대한 자신의 조사활동을 반대하고 협의조차 거부하고 있어 정상적인 임무수행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퇴진 이유를 설명했다.

이는 수사 확대에 부담을 느낀 캄보디아 정부의 간섭에 반발해 작년 10월 사임한 독일 출신의 지크프리드 블룬크 재판관 후임이 또다시 물러나는 것이어서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캄보디아 지도부는 전범재판소 조사가 최근 자신들의 동조세력이 된 크메르루주 일부 인사들에까지 확대되는 데 대해 반대입장을 고수하며 재판관들을 압박하고 있다.

특히 캄보디아 최고 실권자인 훈센 총리는 전범재판소를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여러 차례 위협을 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국제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AI)는 크메르루주를 단죄해 정의를 구현하려는 노력이 정치적 영향력에 의해 얼마나 큰 위협을 받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극명한 사례라고 비판했다.

앰네스티 캄보디아 조사관은 카스페르-안세르메 판사의 사의 표명을 `중대 장애물'이라고 규정하면서 "크메르루주의 만행에 희생된 사람들은 최근의 상황에 엄청난 좌절감을 느낄 것"이라고 개탄했다.

그는 이어 "유엔은 캄보디아 정부가 정치적 간섭을 중단하고 재판 결과물이 나올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크메르루즈 전범재판소는 당초 3년 기한으로 설치됐지만 캄보디아 정부의 미온적 태도로 지금까지 1만5천명이 처형당한 악명높은 교도소의 소장을 지낸 카잉 구엑 아에브에 대한 재판만을 마친 상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