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준민 목사의 시편] 모순의 깊이

입력 2012-03-20 21:13


모순은 신비다. 특별히 모순어록으로 남겨진 명언(名言)은 신비에 속하는 영역이다. 모순은 겉으로 보기에 앞뒤가 서로 맞지 않고, 비논리적이거나 부조리하게 보인다. 그러나 깊은 차원에서 살펴보면 이치에 맞고, 심오한 지혜를 담고 있다. 모순의 신비는 역설의 신비다. 마디 그로스는 ‘위대한 모순어록’이란 책을 썼다. 그의 책에 기록한 모순어록은 역설적인 지혜를 담고 있는 명언들이다. 겉으로 볼 때는 모순된 것처럼 보이고 부조리하지만 핵심을 간파한 표현을 담고 있는 것이 모순어록이다.

예수님은 모순어법을 자주 사용하셨다. “누구든지 제 목숨을 구원하고자 하면 잃을 것이요 누구든지 나를 위하여 제 목숨을 잃으면 찾으리라”(마 16:25). “너희 중에 큰 자는 너희를 섬기는 자가 되어야 하리라”(마 23:11). “누구든지 자기를 높이는 자는 낮아지고 누구든지 자기를 낮추는 자는 높아지리라”(마 23:12).

사도 바울도 모순어법을 사용했다. “…우리는 속이는 자 같으나 참되고 무명한 자 같으나 유명한 자요 죽은 자 같으나 보라 우리가 살아 있고 징계를 받는 자 같으나 죽임을 당하지 아니하고 근심하는 자 같으나 항상 기뻐하고 가난한 자 같으나 많은 사람을 부요하게 하고 아무 것도 없는 자 같으나 모든 것을 가진 자로다”(고후 6:8∼10). 그는 “내 능력이 약한 데서 온전하여짐이라”(고후 12:9)고 말했다. 또한 “내가 약한 그때가 강함이라”(고후 12:10)고도 말했다. 그는 십자가를 통해 인류를 구원하신 하나님을 설명할 때도 모순어법을 사용했다. “하나님의 어리석음이 사람보다 지혜롭고 하나님의 약하심이 사람보다 강하니라”(고전 1:25).

이어령 전 문화부장관의 딸 이민아 목사가 소천 했다. 모순의 신비를 보여주고 천국으로 떠났다. 그의 생애는 세상적으로 볼 때 시련과 고통의 연속이었다. 아들이 죽고, 자신은 암투병을 하다가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다. 그런데 그는 열심히 주님을 전했고, 주님 안에서 행복했고, 주님으로 충만한 삶을 살았다. 많은 사람을 예수님께로 인도했다. 이 전 장관은 딸의 생애를 ‘땅에서 하늘처럼’ 살았다는 말로 표현했다.

루이스 라모르는 “모든 것이 끝났다고 여겨질 때가 있을 것이다. 그것이 새로운 시작이다”고 말했다. 이 땅을 떠나는 것이 마지막이 아니다. 새로운 시작이다. 그래서 바울의 말처럼 그리스도인은 속이는 자 같으나 참되고, 아무 것도 없는 자 같으나 모든 것을 가진 자인 것이다.

(LA새생명비전교회 담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