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1 총선 D-21] 전순옥 1번·배재정 7번… ‘진보·노동계’ 대거 낙점

입력 2012-03-20 22:05


민주통합당이 4·11 총선 비례대표 공천자를 확정했다. 예상대로 고(故) 전태일 열사의 여동생인 전순옥 참여성노동복지터 대표가 1번을 배정받았다.

한명숙 대표는 민주당의 18대 총선 비례대표 마지막 당선 순번이던 15번에 배치됐다. 당 대표로서의 기득권을 반납하고 총선 필승을 위해 전력을 다하겠다는 각오를 보인 셈이다. 김유정 대변인은 20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40명의 비례대표 후보자 명단을 발표했다.

◇진보·노동계 인사 대거 공천=1번을 받은 전순옥 대표는 1970년 전태일 열사의 분신 이후 곧바로 노동운동에 투신했다. 2001년 영국 워릭대학에서 노동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지금은 사회적 기업 ‘참신나는옷’을 운영하고 있다. 민주당이 여성이자 노동계를 대표하는 인물인 그를 비례대표 전면에 내세운 것이다.

3번 은수미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은 92년 ‘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사노맹)’사건에 연루돼 유죄 판결을 받고 6년간 복역했던 전력이 있다. 역시 진보 노동계를 배려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정애 한국노총 대외협력본부장(11번), 김기준 한국노총 금융노조 위원장(12번), 문명순 참여성노동복지터 수다공방 이사(23번) 등도 노동계 몫이라고 할 만한 인사들이다. 민주당에 합류한 한노총을 배려한 측면이 강하다.

홍종학 경실련 재벌개혁위원장과 김용익 전 청와대 사회정책수석 등은 진보를 표방하는 시민단체 출신 인사들로 꼽힌다. 향후 당의 재벌개혁에 무게가 실렸다는 평가도 있다. 홍 위원장은 당 경제민주화특위 소속이고 김 전 수석은 당 보편적복지특위 위원장을 맡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비례대표의 상위 배치 인사들이 너무 ‘왼쪽으로’ 치우쳤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논란 인물도 다수 상위권에 배치=우선 7번을 배정받은 부산일보 해직기자 출신인 배재정씨가 주목된다. 무명의 인물로 그동안 공천심사 과정에서 단 한번도 거론된 적이 없었다. 이를 두고 당 안팎에서는 “새누리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을 겨냥한 표적 공천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부산일보는 기자들이 박 위원장이 과거 이사장을 지낸 정수장학회의 편집권 간섭을 이유로 장기파업을 벌이면서 해고 악순환을 거듭해왔다. 민주당이 배씨 공천으로 박 위원장과 정수장학회의 ‘관계’를 총선이슈화하려는 의도로 드러냈다는 것이다.

16번에 배치된 시인 도종환씨에 대해서도 여러 말이 흘러 다닌다. 도씨는 지역구 공천심사위원회에 위원으로 참여해 호남권 현역의원 물갈이에 막강한 힘을 발휘했다는 후문이다. 그런 그가 갑자기 공천위원에서 비례대표 당선권 인사로 둔갑하자 당내에서는 “공천위원으로서의 윤리를 송두리째 버린 것 아니냐”는 비판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깜짝 인물’은 없었다=2번을 받은 최동익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공동대표를 제외하고는 40번까지의 공천자 명단에서 깜짝 놀랄만한 ‘스토리’를 지닌 감동적인 인사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는 평가가 많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귀화 한국인과 탈북자 등을 공천한 새누리당에 비하면 너무 평범한 게 아니냐는 시각도 제기된다.

청년 비례대표 후보로 선출된 김광진 순천 YMCA 재정이사(10번), 장하나 제주도당 대변인(13번) 정도가 눈에 띈다.

한편 공천자 명단이 확정되기 전까지 이름이 거론됐던 인사들은 아예 명단에 들지 못하거나 하위 순번으로 밀렸다. 1∼3번 배치가 거론됐던 남윤인순 전 한국여성단체연합 대표는 9번으로 순위가 밀렸고 참여연대 집행위원장 출신의 김기식 당 전략기획위원장은 14번으로 떨어졌다. 89년 평양에서 열린 ‘세계 청년학생 축전’에 참석했던 임수경 방송위원회 남북방송교류추진위원도 상위 순번을 받지 못한 채 당선이 불안한 21번에 배치됐다.

상위 순번 배치까지 예상됐던 이석행 전 민주노총 위원장, 서훈 전 국가정보원 3차장, 김근식 경남대 교수, 이장희 한국외국어대 교수 등은 아예 명단에도 들지 못했다. 세간의 주목을 받았던 방송인 김미화씨 역시 공천되지 못했다.

대검 중수1과장을 지낸 ‘특수수사통’ 유재만 변호사는 상위 순번 배치가 유력하다는 설이 파다했지만 역시 40번 명단에서 빠졌다.

이용웅 기자 yw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