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1 총선 D-21] 조명철 4번·이자스민 17번… ‘감동 인물’ 에 무게중심
입력 2012-03-20 22:05
새누리당이 민병주 한국원자력연구원 연구위원 등 46명의 비례대표 후보를 확정했다. 당 선대위원장으로 4·11 총선을 진두지휘할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은 당선권 중간선인 11번에 배치됐다.
정홍원 공직후보자추천위원장은 20일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비례대표 명단을 발표하면서 이번 공천의 특징으로 ‘감동인물’과 ‘소수자 배려’를 꼽았다. 그러나 당 안팎에서는 당선 안정권에 친박근혜계 인사들이 대거 포진했으며, 친재벌 경제학자들이 다수 포함됐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1번 받은 민병주 논란=민 연구위원은 원자력 분야 전문가로 대표적인 여성 과학자다. 하지만 당이 당초 내세웠던 ‘국민 눈높이에 맞는 감동적인 스토리를 가진 인물’에는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일각에서는 그와 박 위원장 사이의 친분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민 위원은 이상천 전 한국기계연구원장과 함께 과학기술 부문에서 박 위원장과 정책적인 교감을 가져왔던 전문가들 중 한 명으로 꼽힌다. 박 위원장이 지난해 11월 2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과학기술의 융합과 산업화를 통한 창의국가’라는 정책 세미나를 열었을 때 토론자로 참석했다.
보건복지부 차관 출신인 이봉화(15번) 한국보건복지정보개발원장은 2008년 쌀 직불금 불법신청 의혹으로 공직에서 물러나며 공직자의 윤리 불감증 논란을 일으켰던 인물이라는 점에서 곱지 않은 시각이 나오고 있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의 서울시장 재임 시절 서울시 국장을 지냈을 정도로 ‘MB맨’이었다가 최근 친박으로 월경(越境), ‘철새’ 논란도 제기된다.
◇친박 인사 대거 포진=8번에 배치된 이상일 중앙일보 논설위원은 언론계에서 박 위원장과 친분이 두텁기로 소문난 인사로, 선대위 공동대변인에 내정됐다. 연말 대선 때까지 박 위원장을 지척 거리에서 수행하며 ‘박근혜의 입’ 역할을 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그러나 현직 언론인이 정치권에 곧바로 직행하고 선대위 대변인까지 맡는 게 적절하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공직선거법 53조는 지역구에 출마하는 언론인은 선거 90일전까지 사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위원이 비례대표 후보여서 이 규정을 적용받지는 않지만 편법이라는 것이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신문 칼럼을 통해 박 위원장과 새누리당을 ‘칭송’하는 글을 게재해온 점도 논란거리다.
12번을 받은 안종범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2007년 당 대선후보 경선 때 박 위원장의 친재벌적인 ‘줄푸세(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며 법질서는 세우자)’ 공약을 만든 주역이다. 박 위원장의 싱크탱크인 국가미래연구원 발족을 주도했으며 경제자문역도 맡고 있는 최측근이다. 최근에는 박 위원장의 ‘맞춤형 복지’ 공약을 만드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13번의 김현숙 전 한국조세연구원 연구위원 역시 친박 성향으로 분류된다.
◇여성·감동인물도 많았다=여성 후보로는 민 연구위원에 이어 윤명희 한국농수산식품CEO연합회 부회장이 3번, 강은희 IT여성기업인협회장이 5번, 신의진 연세대 의대교수가 7번, 국가대표 탁구선수 출신인 이에리사 전 태릉선수촌장이 9번을 각각 받았다. 윤 부회장은 슈퍼마켓을 운영하다 남편의 사업 파산 후 쌀 포장사업을 시작해 자수성가한 감동인물이고, 신 교수는 2008년 12월 ‘조두순 사건’ 당시 8세의 어린 나이로 성폭행을 당했던 ‘나영이’의 주치의로 아동 성폭행 방지운동을 벌여오고 있다.
또 영화 ‘완득이’에서 완득이 엄마로 출연한 필리핀 귀화여성 이자스민씨도 당선권 17번에 배치됐다. 다문화가정 주부인 이씨는 당의 ‘국민감동 인물’ 프로젝트에 포함된 케이스다.
탈북자 출신으로는 첫 1급 공무원에 오른 조명철 통일교육원장(4번)도 관심을 끄는 감동 인물이다. 학창시절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동생 김평일과 동문수학하고 김일성대 교수직까지 올랐던 북한 고위급이었지만 1994년 중국 유학을 떠났다 북한 생활에 회의를 느껴 귀순했다.
호남 몫인 주영순(6번) 목포상공회의소 회장은 서울에서 주로 활동하다 정치에 입문한 다른 호남 인사들과는 달리 지역 토박이 사업가라는 점이 평가 받았다. 그러나 이날 명단에는 당 안팎에서 영입이 유력하게 거론돼 온 ‘아덴만의 영웅’ 석해균 선장 이름은 보이지 않았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