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찰 은폐사건이 점점 커지는 이유는?
입력 2012-03-20 18:06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 여파가 급속히 확산되면서 ‘대통령 측근 게이트’로 비화될 조짐이다. 이명박 대통령을 서울시장 때부터 보좌해온 장석명 청와대 민정수석실 공직기강비서관이 사건의 은폐·축소에 가담했다는 주장이 나온 데다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 개입 의혹도 제기됐다.
감춰졌던 사실들은 불법사찰 사건으로 기소돼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는 장진수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 입에서 나오고 있다. 그는 최종석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실 행정관 지시로 사찰 증거를 인멸했다고 폭로한 데 이어 지난해 청와대 관계자 3명으로부터 1억원이 넘는 돈을 받았다고 말했다. 장 비서관 측으로부터 5000만원, 최 전 행정관 측으로부터 4000만원,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 측으로부터 2000만원을 받았다는 것이다. 장 비서관은 이를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장 전 주무관이 언론에 공개한 녹취록 내용은 너무 구체적이다. 돈과 함께 공무원직을 주겠다거나 형을 낮춰주겠다는 등의 제안도 받았다고 한다. 더욱이 그는 추가 폭로 가능성까지 예고해 파장의 끝이 어디일지 가늠하기 힘든 상황이다.
MB 측근이 포함된 청와대 관계자들이 불법사찰 증거를 없애고, 사건 관련자의 입막음을 위해 매수를 시도한 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중범죄이면서 동시에 국정농단 행위라 하겠다. 검찰은 조속한 시일 내에 한 점 의혹 없이 사건 전말을 규명해야 할 것이다. 장 전 주무관이 자신에게 돈을 건넸다고 거명한 이들에 대한 소환 조사가 이뤄져야 함은 물론이다.
청와대 관계자들이 장 전 주무관을 그토록 회유하려 든 이유도 검찰은 밝혀내야 한다. 민간인에 대한 불법사찰 외에 숨기거나 보호해야 할 다른 그 무엇이 없다면 상상하기 힘든 일이기 때문이다. 항간의 추측대로 민간인은 물론 정치인과 관료, 노동·언론계 인사들을 상대로 광범위한 사찰을 자행한 비선조직이 존재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검찰은 이런 의문들을 명쾌하게 풀어줘야 조금이라도 명예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진실은 언젠가는 드러나기 마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