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가짜 연구계약서로 돈 빼먹은 대교협

입력 2012-03-20 18:04

정부에 대학정책을 건의할 뿐 아니라 대입 전형 가이드라인을 수립하는 등 막중한 역할을 하는 대학들의 협의체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가짜 연구용역 계약서로 국고보조금을 타는가 하면 수당 부당 지급 등 각종 비리를 저지르다 감사에 적발됐다.

대교협은 고등학생들이 3년간의 학교생활을 평가받는 입학전형 계획을 수립하는 곳으로 수험생들에겐 교과부보다 더 큰 영향력을 미치는 중요한 곳이다. 고도의 청렴성과 도덕성이 요구되는 것은 말할 필요조차 없다. 이런 대교협이 정부를 상대로 사기에 가까운 행각을 벌였다니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교과부 감사 결과에 따르면 대교협은 2009년 10월 대학생에게 해외연수 기회를 주는 규정을 임의로 바꿔 직장인들에게 거액을 지급했다. 지난해 9월에는 대학의 전형 계획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아 전직 대통령의 손자가 명문 대학의 ‘사회기여자’ 전형에 합격되도록 했다. 지난해 3월에는 지원대상으로 확정되기도 전 해외로 출국한 대학생들에게 부당하게 거액을 지원한 사실도 드러났다.

더욱 심각한 것은 교과부가 정부위탁사업을 수행하는 중요한 기관인 대교협을 3년마다 감사하게 돼 있는데도 별 다른 이유 없이 2001년 이후 10년만에 감사에 들어갔다는 점이다. 2008년부터 2011년까지 감사에서만 대교협은 27건의 업무에서 국고보조금 6억4000만원을 부당하게 사용한 사실이 적발됐다. 원칙대로 3년마다 감사를 실시하고 필요할 경우 수시감사도 도입해야 하는 이유다.

최근 명문 여자 사립대가 기부금을 편법운용하다 감사에 적발돼 재단이사장이 승인 취소되는 등 크고 작은 교육계 비리가 줄을 잇고 있다. 서울치대는 직원복지용으로 구입한 골프장 회원권을 원장 등 핵심간부만 사용하다 덜미가 잡혔다. 가장 교육적이어야 할 대교협 등의 도덕 불감증은 분노와 함께 깊은 실망감을 안겨준다. 국민권익위 출범 이후 부패방지 제도개선 분야 1위가 바로 교육계다. 당국은 이번에 적발된 대교협 임직원을 엄하게 문책하는 동시에 감사를 게을리 하지 말기 바란다. 교육계가 멍들면 나라의 희망이 사라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