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미국에 등돌린 카르자이를 어쩌나… “아프간 미군은 악마” 적개심 노골적 표출
입력 2012-03-19 19:36
“아프가니스탄에 있는 미국인들은 악마.”
“16명의 아프간 민간인들을 죽인 미군의 이번 행위는 처음이 아니다. 실제는 100번째, 200번째, 500번째 일어난 사건이다.”
이들은 아프간 무장세력인 탈레반의 주장처럼 들린다. 하지만 사실은 미국이 10년간 지원을 아끼지 않은 ‘친구’ 하미드 카르자이오바마, 미국에 등돌린 카르자이를 어쩌나 아프간 대통령의 말이다.
미국 역사상 가장 긴 전쟁인 아프간전을 종결하려는 오바마 행정부의 계획이 심각한 위기에 봉착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중심에는 미국에 대한 노골적인 적개심을 숨기지 않는 카르자이 대통령이 있다.
미국의 아프간전 출구전략의 전제는 아프간인들 스스로 탈레반의 부활을 막아낼 수 있는 안정적인 국가를 만들어 놓고 떠나는 것이다. 이를 위한 핵심 조치가 2014년까지 20만명의 아프간군 훈련, 탈레반 근거지 소탕 등이다.
하지만 15일 카르자이는 2014년으로 예정된 미군 철군 시한을 1년 앞당기고, 탈레반의 활동 거점인 농촌지역에서 미군의 주둔을 금지할 것을 공식 요구했다. 사실상 미군의 출구전략이 어떻든 한시라도 빨리 아프간에서 떠나라는 투다.
다급해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를 무마하기 위해 지난주 2번이나 카르자이에게 전화를 걸어야 했다.
카르자이의 분노는 표면적으로 최근 잇따라 터진 미군의 코란 훼손, 민간인 16명 사살 등에 대한 반응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실제는 그가 미군의 아프간 주둔 목적과 역할 등에 대해 가진 근본적인 회의와 불신이 바탕이 됐다는 게 18일 워싱턴포스트의 분석이다.
미군이 대 탈레반 전쟁의 해법을 제공하기보다는 문제를 더 일으키고 있다는 생각이 깊어가는 차에 코란 소각과 민간인 사살 등 최근의 만행으로 이러한 믿음이 더욱 굳어졌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도 이날 카르자이가 2009년 대선 당시 오바마 행정부가 자신을 교체하려 했다고 확신하고 있으며 미국 정부가 자신의 가족이 연루된 부패사건을 공론화한 것에 대해서도 깊은 원한을 갖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처럼 양국 관계가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잘마이 라술 아프간 외무장관이 19일 미국을 방문,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과 양국간 전략적 파트너 협정을 포함한 주요 현안 논의에 들어갔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