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하수시설 입찰비리 檢 강압수사 논란

입력 2012-03-19 22:08


광주지검이 총인저감시설 입찰비리 수사 과정에서 거짓 진술을 강요하는 등 강압수사를 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19일 광주광역시와 검찰에 따르면 광주시종합건설본부 건축설비부장 이기수(54·4급)씨는 K건설사 전 상무 나모(52)씨로부터 돈을 받은 혐의(뇌물수수)로 지난 9일 검찰에 구속됐다.

검찰은 이씨가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 직전인 지난해 4월 17일 밤 나씨로부터 “턴키(설계·시공 일괄) 공사 심의에서 잘 봐 달라”는 청탁과 함께 2000만원을 받았다고 밝혔다.

검찰은 같은 달 21일 입찰이 이뤄진 직후부터 이 사건을 수사했다. 올 초 금호건설 압수수색 과정에서 확보한 문서를 근거로 나씨가 2년여 전부터 이씨에게 향응을 제공하다가 ‘결정적 시기’에 돈을 건넨 정황을 잡았고, 이씨를 구속했다.

그러나 돈을 건넨 당사자로 지목된 나씨는 검찰에서 “당시 광주 풍암지구 Y참치집 앞에서 5만원권을 담은 봉투를 (이씨에게) 건네려다가 꾸중을 듣고 현장에서 돌려받았다”며 뇌물 전달 사실을 완강히 부인했다. 이에 검찰은 지난해 11월 회사를 그만두고 지난 1월 건설업체를 차려 독립한 나씨에게 “회사 설립자금 출처와 세금포탈 여부 등을 수사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거짓진술을 강요했다고 나씨와 가까운 지인 정모씨가 전했다. 더욱이 나씨가 당초 뇌물 전달에 실패했다고 진술한 부분은 검찰이 이씨의 영장청구 과정에서 아예 제외된 것으로 드러났다.

나씨는 다시 “돈을 준 적이 없다”고 검찰에서 최종 진술한 뒤 현재 잠적한 상태다. 나씨는 형의 친구이자 전 검찰 직원 정씨에게 고민을 털어놓았고, 검찰의 짜맞추기식 수사를 말했다는 것이다.

구속된 이씨는 이와 관련해 지난 주 강운태 시장과 부인 등에게 보낸 편지에서 “엉뚱한 소문이 돌고 긁어 부스럼이 될까봐 나씨가 회사에 돈을 반납했는지 확인하지 않은 게 천추의 한”이라고 후회했다. 이씨는 이어 “대응하지 않는 게 상책이라고 믿고 침묵을 지키다가 억울하게 구속된 만큼 몇 년이 걸리더라도 결백을 입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진 참조)

이씨는 지난해까지 도시디자인 과장으로 근무하면서 광주의 명소로 자리 잡은 ‘어반 폴리(Urban Folly·도심 속 상징건축물)’ 기획업무 등을 주도했다.

광주시청 개청 이후 최악의 비리사건으로 기록된 총사업비 982억원인 광주시 총인저감시설 공사의 경우 지난해 대림산업이 사업자로 선정됐다.

검찰은 사업자 신청업체들로부터 1000만∼3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이씨 등 광주시 기술직 서기관급 공무원 4명과 대학교수 3명, 업체 관계자 5명 등 12명을 구속한 상태다. 검찰은 20여명을 추가 사법처리한다는 방침이다.

광주=장선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