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부머 창업 열기 후끈… 신설법인 3개월째 6000곳 넘겨
입력 2012-03-19 18:46
김모(55)씨는 지난해 10월 다니던 정부 산하기관에서 퇴직한 뒤 서울 상암동 월드컵 경기장 근처에 퇴직금 등 3억5000만원을 들여 패스트푸드점을 차렸다. 김씨는 “50대 중반이 늙은 나이라고 보지 않기 때문에 제2의 인생을 시작한다는 차원에서 창업했다”고 말했다.
베이비붐 세대(1955년∼63년생)의 창업 열기가 뜨겁다. 지난해부터 베이비붐 세대 퇴직자가 본격적으로 쏟아지면서 신설법인 수가 사상 처음 3개월 연속 6000곳을 넘겼다. 하지만 무턱대고 뛰어든 창업의 실패사례도 많은 데다 생계형 자영업자의 급증은 경제활력에 장애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국은행은 ‘2월 중 어음부도율 현황’에서 지난달 신설법인 수가 6439곳을 기록했다고 19일 밝혔다. 신설법인 수는 지난해 12월 사상 최고인 6645곳을 기록한 데 이어 올 1월에 6005곳이 생겨나는 등 석 달 연속 6000곳을 넘겼다. 신설법인 통계가 작성된 2000년 이래 두 달 이상 연속으로 6000곳이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은 김혜연 자본시장팀 과장은 “지금까지 신설법인이 6000곳 넘은 때는 내수 경기가 좋은 2000년과 2002년 3차례뿐”이라며 “최근의 경기부진을 고려하면 이처럼 신설법인 수가 늘어난 것은 퇴직 베이비부머들의 창업열기로밖에 설명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부도법인 수는 지방 부동산 여건이 좋아지면서 지난달 63곳으로 22년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새로 생긴 기업이 늘어난 반면 부도기업이 줄면서 부도기업 대비 신설기업 비율(102.2배)은 최초로 100배를 상회했다.
창업과 직결된 자영업자 수도 꾸준히 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자영업자 수는 전년 동월 대비 13만3000명 늘어나는 등 지난해 8월부터 7개월 연속 증가했다.
문제는 자영업자 대부분이 도소매업과 운수업, 서비스업 등 전통적 생계형 창업에 집중돼 있다는 점이다. 생계형 업종은 포화상태이기 때문에 이들이 경쟁에 밀려 도산할 경우 빈곤에 빠질 위험도 그만큼 높다.
조모(57)씨는 최근 회사를 그만 두고 2억원을 들여 할인점을 차렸지만 사업이 실패하면서 신용불량자 신세로 전락했다.
통계청의 ‘2011년 가계금융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자영업자의 가구당 부채는 전년도 7132만원에서 8455만원으로 18.6% 급증했다. 특히 신용대출이 전년도와 비교해 30.6%나 늘었다. 자영업자들은 신용대출을 받은 이유로 사업자금 마련(58.8%), 생활비 마련(9.8%)을 꼽았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