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익·임권택 감독, 마음속 이야기 들려준다

입력 2012-03-19 18:30


‘영락(映樂)-그 남자의 영상이야기’ 무대에 올려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왕의 남자’(2005)의 이준익(58) 감독은 이 작품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전통연희를 접하게 됐다. 봉산탈춤과 송파산대놀이, 남사당패 줄타기 등 현장을 찾아다니면서 수백 년 동안 전통문화를 지켜온 이들에 대한 예의가 무엇인지 배웠다고 한다.

장면을 찍을 때마다 배우를 비롯한 모든 스태프가 이에 동화될 수 있도록 노력한 결과 관객들의 공감을 끌어낼 수 있었다. ‘왕의 남자’는 기성세대나 신세대 모두 서양 문화에 목을 매고 있는 현실에서 우리 전통을 되살리는 데 힘을 보태겠다는 이 감독의 의중이 반영된 작품이다.

한국영화 사상 처음으로 100만 관객을 돌파한 ‘서편제’(1993)의 임권택(78) 감독은 1962년 데뷔작 ‘두만강아 잘있거라’ 흥행 후 한 친척의 주선으로 기방(妓房)에 들렀다가 판소리를 처음 듣고 충격을 받았다. 이후 30여년간 80여편을 연출했으나 판소리의 영화화는 마음에만 두고 있었다.

그러다 국내 영화계가 미국 할리우드 영화의 아류로 전락하던 90년대 초 “아차! 이것이 아니다”며 한국인이 아니면 만들 수 없는 작품을 만들자는 생각으로 ‘서편제’ 구상에 들어갔다. 판소리를 직접 배우기도 했다. 그렇게 제작된 ‘서편제’는 판소리의 대중화는 물론 2003년 유네스코 세계무형유산 등재에 크게 기여했다.

두 감독이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던 이야기들을 관객들에게 들려준다. 한국문화재보호재단이 서울 삼성동 한국문화의집에서 올리는 ‘영락(映樂)-그 남자의 영상이야기’를 통해서다. 이 감독은 21일 ‘광대와 놀다’, 임 감독은 4월 4일 ‘소리를 보다’를 주제로 각각 무대에 오른다. 4월 18일에는 KBS ‘한국의 재발견’ 등을 찍은 정수웅(69) 다큐멘터리 감독이 출연한다.

이 감독은 “전통이라는 것이 K팝이나 드라마 못지않게 일상생활의 저변에서 즐길 수 있는 문화라는 사실을 인식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임 감독은 “지금도 판소리를 듣고 있으면 마음 한구석이 지근지근 밟히는데 이러한 나의 감흥을 이번 영상 무대를 통해 편안하게 들려주려 한다”고 전했다. 입장료는 각 1만원(02-566-6300).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