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점검 부실’도 도마에… 원자력안전위·안전기술원, 제대로 된 감시 여부 의문
입력 2012-03-19 21:58
고리원전1호기 정전 사고와 관련해 감독 업무를 맡고 있는 원자력안전위원회와 원자력안전기술원의 허술한 감시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고리1호기의 경우 점검과 감시를 치밀하게 했다면 사전에 비상디젤발전기 고장 사실을 포착해 정전사고를 예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19일 한국수력원자력 등에 따르면 고리원자력발전소에는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 파견된 주재관 1명과 원자력안전기술원 소속 주재원 4명이 근무하고 있다. 이들은 원자력 발전소 정기점검 때나 계획예방정비를 마치고 재가동을 하기 전에 테스트를 통해 합격여부를 판정하는 원전 감시업무를 맡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실제 제대로 된 감시를 했는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들은 정전사고 때 고장으로 먹통이 된 비상디젤발전기에 대해 지난해 5월 점검 당시 적합 판정을 내렸고, 고리1호기가 예방정비를 마치고 지난 5일 재가동에 들어갈 때도 비상디젤발전기를 ‘정상’으로 판정했다.
지난달 9일 정전사고 때 고장으로 작동하지 않았던 비상디젤발전기는 지난 15일 점검에서도 계속 고장상태였는데도 이를 전혀 발견하지 못한 것이다. 게다가 이들은 원전에 상주하며 감시업무를 맡고 있음에도 정전사고가 난 사실조차 한 달 넘게 모르고 있었다. 점검도 대충하고 원전 내부 돌아가는 사정에도 어둡거나 원전 관련 종사자를 배출하는 대학이나 기관이 한정돼 있다는 점에서 모두 ‘한통속’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비상발전기는 테스트만 해봐도 고장 여부를 알 수 있기 때문에 고장을 알고도 묵인해줬거나 발전기가 노후화돼 교체대상이라는 이유로 아예 점검대상에서 제외시켰던 게 아니냐는 의혹도 있다.
한편 지식경제부는 한수원이 전날 원자력안전위원회 현장조사단 입회 하에 고리원전1호기의 예비 디젤발전기와 지난 15일 시험한 비상디젤발전기 외 나머지 1대의 비상디젤발전기에 대한 성능 시험을 한 결과 모두 정상 작동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홍석우 지경부 장관은 이날 안전점검차 경북 월성원전을 방문해 비상디젤발전기 등을 직접 점검하고 안전관리 현황에 대해 보고받았다. 1982년 가동이 시작된 월성원전1호기는 오는 11월 설계수명인 30년을 다한다.
노석철 기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