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링필드 캄보디아에 ‘증시 한류’… 4월 18일 첫 상장 앞두고 열기
입력 2012-03-19 18:57
‘킬링 필드’의 나라 캄보디아에서 처음으로 주식시장에 기업이 상장된다.
캄보디아 증권거래소(CSX)는 다음 달 18일 국영 ‘프놈펜 수도공사’를 기업공개(IPO)키로 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인구의 20%가 폴포트 정권에 의해 학살된 쓰라린 역사를 지닌 캄보디아에서 자본주의의 상징인 증권거래소가 지난해 7월 개장된 데 이어 마침내 1호 기업공개가 이뤄지는 것이다.
특히 CSX는 한국거래소(KRX)가 시스템 등을 전수한 한·캄보디아 합작법인이고, 기업공개에는 한국의 증권사가 핵심적으로 참여하고 있어 더욱 의의가 있다.
첫 기업공개를 앞두고 프놈펜에는 관심과 열기가 뜨겁다. 200여회의 기업설명회에는 캄보디아인 수만명이 참석했고, 발행 물량의 10배 정도의 수요가 몰릴 것으로 CSX는 예측했다. 증권회사 및 증권 관련 기업도 벌써 15곳 설립됐다. 프놈펜 수도공사의 예상 기업가치는 2070만 달러(250여억원)다.
내년에는 ‘텔레콤 캄보디아’와 ‘시하누크빌 항만청’의 상장도 예고돼 있어 캄보디아 국민들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향후 미곡공장, 섬유기업, 광산회사 등의 기업공개도 전망된다.
인구 1500여만명, 1인당 국내총생산(GDP) 800달러의 빈국인 캄보디아가 증시를 도입하기로 한 것은 악화되는 경제사정에서 벗어나고 싶기 때문이다. 연평균 8%의 경제성장률이 지난해에는 6.5%로 떨어졌고, 인근의 태국, 베트남, 라오스 사이에서 샌드위치 국가가 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따라서 국영기업을 공개해 자금을 모으고, 이 돈을 경제 발전에 활용한다는 복안이라고 블룸버그는 분석했다. CSX는 향후 5년 이내 주식시장 규모가 GDP의 4분의 1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무엇보다 외국인 투자자금이 유입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주요 결제가 미국 달러로 이뤄지고 해외자금의 유출입이 자유롭다는 현실도 주식시장 도입을 가능케 한 요인이다.
그러나 장밋빛 청사진만 펼쳐진 것은 아니다. 상장 우선순위인 국영기업의 경우 투자매력이 높지 않은 데다 민간기업은 이미 외자유입이 상당한 수준이어서 굳이 기업공개를 통해 자금을 모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또 ‘호황→폭락→보합’을 반복하는 개도국 증시의 전형적인 사이클이 최소 10년간 이어질 것이라고 해외증시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국제투명성기구의 부패순위가 164위로 정부에 대한 낮은 불신도 자본시장 활성화에 걸림돌이 된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캄보디아 전 재무장관 샘레인지는 “캄보디아 투자자들은 비효율적인 금융 및 법률 시스템의 위험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진영 기자 jy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