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염경택] 기후변화 시대의 물관리

입력 2012-03-19 18:12


기후변화는 물의 양과 질에 영향을 미친다. 짧아지는 가뭄 주기, 더 강해진 태풍과 집중호우, 침수와 산사태, 많은 투자에도 불구하고 개선되기 어려운 수질 등 그 영향은 매우 부정적이다. 홍수와 가뭄의 피해가 더 커지고 자주 발생하게 될 것이다.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기후로 국토 전체가 홍수와 가뭄에 더욱 취약해질 것이 확실하니 그 대처 능력을 향상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첫째, 기존 시설물 이용을 극대화해야 한다. 대규모 신규 수자원시설은 적지가 부족하고 막대한 예산이 소요될 뿐만 아니라 일부 비우호적인 정서가 있어 쉽게 추진하기 어렵다. 단일 목적으로 만든 댐을 다목적화하는 등의 기능 강화, 기존 댐 재개발 등의 규모 확대, 기존 시설 간 또는 유역 간 물 이동의 필요성과 같은 운영 효율화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둘째, 물그릇의 확보이다. 기존 가용시설을 최대한 활용해도 부족하다면 홍수와 가뭄에 완충적인 기능을 가진 것은 물을 담는 시설을 도입하는 것 외에 대안이 없다. 다행히 4대강 살리기 사업을 통해 주요 본류 구간의 홍수 방어 및 가뭄 대처 능력은 대부분 확보된 것으로 평가된다. 유역의 규모, 하천수 사용 실태, 토지 이용, 개발의 정도 등 지역 특성에 맞는 전략이 구사돼야 한다. 즉 기존의 고전적 댐에서 벗어나 구간이나 시기별 필요목적에 따라 이수, 치수, 하천환경 등 탄력적 기능을 선택·발휘하고 지역발전과 연계한 지자체와 주민이 주도하는 새로운 개념의 물그릇이 돼야 할 것이다.

셋째, 정확하고 섬세한 물 관측이다. 신규 수자원시설이든 기존 시설물이든 최적의 개발 및 운영을 위해서는 유역 내 모든 종류의 물 이동에 대한 정밀한 모니터링이 이뤄져야 한다. 물론 현재도 이러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지만 신뢰도 높은 정책을 뒷받침하기에는 다소 미흡하다. 내리는 빗물, 강의 발원지부터 하구까지, 취수구로부터 수도꼭지까지의 정확한 양과 질을 하나도 빼놓지 않고 손안에 쥘 수 있어야 한다. 이렇게 되면 물이 부족한지 아닌지, 또 언제까지 공급이 가능한지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게 된다. 또한 물도 전력처럼 일정부분 공급 예비율을 설정해 전체적인 수요관리나 비상시 가뭄의 효율적인 대처능력이 강화될 수 있을 것이다.

넷째, 기후변화는 제도적 틀에 반영돼야 한다. 현재의 다양한 물 분야의 기후변화 적응 연구 결과들이 실행 단계에서 멈춰 있는 것은 기준화, 제도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후변화의 불확실성, 비정상성을 어떻게 정량화해 기준화하는가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걸리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기술적, 사회적인 광범위한 합의가 필요하며 어쩌면 많은 예산을 수반해야 할 수도 있다. 또 댐과 같은 수자원 시설 계획 시 지역 주민에게 환영받을 수 있도록 관광자원화, 랜드마크화, 친수·환경적 가치 창출 등을 포함한 마스터플랜이 대폭 반영하는 전향적 발상이 필요하다.

염경택 K-water 수자원사업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