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4·11 총선, ‘박근혜 對 노무현’ 구도 넘어라
입력 2012-03-19 18:13
여야의 4·11 총선 대진표가 사실상 완성됐다. 지역구 현역의원 교체율은 새누리당 42%, 민주통합당 36%정도다. 양당 모두 절반에는 미치지 못했으나 새누리당은 소위 ‘강남벨트’ 9곳 중 8곳에서 현역의원을 탈락시키는 등 비교적 높은 교체율을 기록했다. 민주당의 호남지역 현역의원 교체율은 48%다. 정치 신인 공천율은 50%를 넘었다. 그럼에도 주목되는 참신한 인물이 거의 없고, 전직 국회의원이나 당협위원장이 상당수 공천장을 따내 ‘쇄신 공천’ 약속은 무색해졌다.
눈에 띄는 대목 중 하나가 친박근혜계와 친노무현계의 약진이다. 새누리당의 경우 친이명박계 의원 80여명 가운데 40여명이, 친박계는 65명 가운데 40명이 공천을 받았다. 공천자는 엇비슷하지만, 이번에 공천 받은 정치 신인들 가운데 적지 않은 후보들을 친박계로 분류할 수 있어 양 계파 세력은 완전히 역전됐다고 하겠다.
민주당에선 노무현 전 대통령과 직·간접적으로 인연이 있는 90명이 공천장을 손에 쥐었다. 지역구 공천자의 40%를 넘는 수치다. 반면 구 민주계 인사는 15%가량인 34명으로 세가 크게 위축됐다. 지난 1월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에서 친노 인사인 한명숙·문성근씨가 1, 2위를 차지했을 때부터 예견됐었지만 이번 공천으로 친노가 민주당을 장악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로 정치1번지로 불리는 서울 종로에서 친박 좌장인 홍사덕 의원과 열린우리당 의장을 지낸 정세균 의원이 맞붙은 것을 비롯해 곳곳에서 친박과 친노 후보가 싸우고 있다. ‘박근혜 대 노무현’ 대결구도가 짜여진 것이다. 친박은 올 총선에서 심판받아야 할 세력이고, 친노는 지난 18대 총선과 17대 대선에서 심판받은 세력이다. 새누리당은 “이미 심판받은 세력에 나라를 맡길 수 없다”고, 민주당은 “MB와 박근혜를 심판해야 한다”고 외치고 있다. 유권자들은 헷갈릴 것이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민심을 얻으려면 무엇보다 친박 또는 친노의 한계를 뛰어넘어야 한다. 그리고 통합의 새 정치를 구현할 수 있는 정당임을 국민 앞에 보여줘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