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관광 제주’ 이미지 먹칠한 조폭 택시
입력 2012-03-19 18:12
국토의 남단 제주도는 단순한 섬이 아니다. 행정체제도 다른 지방자치단체와 달리 ‘제주특별자치도’다. 56만 명 남짓한 인구이면서도 외교, 국방, 사법 등을 제외한 고도의 자치권을 보장받는다. 이처럼 ‘특별’에다 ‘자치’까지 붙은 것은 국제자유도시라는 특수한 체제를 보장하기 위해서다. 제주가 세계적인 관광명소라는 특수성을 살려 지역발전을 도모하라는 취지에 다름 아니다.
그러나 그제 경찰이 발표한 조직폭력형 공항택시의 범죄행각을 보면 국제도시 제주의 위상이 부끄러울 정도다. 이들은 무려 10년간 제주공항에서 조직폭력 형태의 모임을 꾸리면서 장거리 택시 승객을 독점하고 관광객을 상대로 바가지요금을 받아왔다. 일반택시의 영업을 방해하고 폭력까지 행사했다. 이로 인해 관광도시 제주의 이미지는 돈으로 계산할 수 없을 정도로 추락했다.
이런 일이 가능했던 이유를 꼽아보면 제주교통의 특수성 때문임을 알 수 있다. 주지하다시피 제주는 다른 지방과 달리 지하철이나 기차와 같은 철도시설이 없다. 그러다보니 버스와 택시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다. 항공편을 이용해 제주에 들어온 관광객 입장에서는 공항택시를 피할 수 없다. 조폭택시는 바로 이런 교통구조의 취약성을 악용한 범죄라고 볼 수 있다. 이름 난 국제공항에서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일이다.
또 하나 지적할 것은 경찰의 역할이다. 조폭택시가 강령을 만들고, 회비를 거두고, 행동대원까지 따로 두면서 장기간 활동을 해왔는데도 경찰 단속에 걸리지 않은 점이 문제다. 경찰은 이들이 단속 경찰관 앞에서 골프채를 휘둘렀다며 피해자임을 내세우고 있으나 일선 택시기사들의 이야기는 다르다. 여러 차례 민원을 제기해도 단속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현지 경찰과의 유착관계가 의심스럽다. 한국공항공사 제주지역본부가 자치경찰대와 손잡고 뒤늦은 단속에 나설 방침이라고 하지만 내부 감찰부터 하는 게 순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