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강석 목사의 시편] 지도자가 없으면 공동체도 없다

입력 2012-03-19 18:21


하버드대학교 역사학 교수 요한 바그너는 ‘역사의 대실패’라는 책을 썼다. 그 책의 한 부분에서 왜 조선이 멸망했는가를 기술했다. 첫째, 역사의 변화를 읽지 못하고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흥선 대원군은 쇄국정책을 통해서 신문물을 받아들이지 않고 나라 안팎의 빗장을 닫아 버렸다. 둘째, 관료 사회와 지식층의 부패 때문이었다. 당시에는 지방관리도 3권을 다 가졌고 지식층이 타락했다. 더구나 안동 김씨가 세도정책을 폈다. 그러자 동학혁명이 일어나고 왕은 청나라에 가서 혁명을 제압해 달라고 구걸할 정도였다. 셋째, 국론이 분열되었기 때문이다. 서로 기득권 싸움만 하니까 왕의 지도력이 무력화됐다. 그러다가 조선의 국운은 기울어지고 결국 일본에 강제병합 되는 비참한 최후를 맞았다.

이것이 우리나라의 역사학자가 아닌, 요한 바그너에 의해서 통찰된 조선의 역사다. 그런데 이 모든 문제의 원인을 한 마디로 말하면 결국 정신세계의 고갈과 부재 때문이다. 오늘날도 세계는 한국을 주목한다. 소위 제3세계 사람들은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몰려온다. 그런데 정작 한국 청년들과 지식층은 절망감에 빠져서 욕하는 꼼수나 빈정거림 문화만을 추종한다. 그래서 국가 지도자, 관료, 대기업 등 기득권층이라고 생각하면 무조건 대안도 없는 욕을 퍼붓는다. 큰 교회 지도자를 향해서도 무조건 욕만 한다. 왜 그런가. 정신세계의 고갈과 열등의식 때문이다. 그런 사람들치고 해군 기지를 해적 기지로 비아냥할지언정 북한의 인권이나 체제를 비판하는 사람이 있던가.

중국의 역사를 보라. 몽골 같은 작은 나라가 송나라를 정복한 후에 원나라를 이루었지 않는가. 여진족같이 작은 소수 민족이 그 엄청난 대국 명나라를 쳐서 청나라를 세웠지 않는가. 그것은 정신세계의 무장과 결집의 힘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왜 이렇게 상대를 조롱하고 욕하는 꼼수문화만을 추종하고 따라하는가. 더 큰 문제는 상대방을 깎아 내리고 욕하는 빈정거림 문화가 교회까지 들어와 버린 것이다. 그래서 교회 지도자가 조그마한 꼬투리나 건수만 잡혀도 무조건 비아냥거리고 넘어뜨리려고 한다. 어떻게 이런 천박한 빈정거림의 문화를 가지고 한국교회가 민족의 정신세계를 리드해 나갈 수 있겠는가.

과거 한국교회는 민족의 사상과 정신세계의 기초를 제공하며 시대를 이끌었다. 그런데 지금은 오히려 교회가 세상을 따라간다. 지도자가 없으면 나라도, 공동체도 없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교회는 더 그렇다. 지도자가 없으면 교회도 한 순간에 무너져 버리고 만다. 지도자를 쓰러트리는 것은 사탄의 교묘한 꼼수며 계책이다. 이제 지도자를 향한 조롱과 꼼수를 버리고 지도자를 존중하며 세워주는 상생과 화합의 문화로 성숙해가자. 그럴 때 한국교회는 다시 우리 사회의 정신세계를 주도하며 분열과 파괴가 아닌, 화해와 생명의 새 역사를 창조할 수 있을 것이다.

<용인 새에덴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