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생에너지 할당정책 이래서야… 환경파괴 부르는 가중치의 ‘함정’
입력 2012-03-18 19:24
올해부터 시행된 신재생에너지 의무할당제도(RPS)의 신재생에너지 발전원별 가중치가 환경파괴를 조장하고 있다. 방조제가 없는 곳의 조력(潮力) 발전 가중치가 2.0으로 가장 높아 발전사업자들은 앞다퉈 인천·강화·가로림만 등 서해안에 댐을 쌓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RPS는 정부가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리기 위해 발전사업자에게 발전량의 일정비율을 태양광, 풍력, 조력 등 신재생에너지로 전력을 생산할 것을 의무화한 제도다. 지난해까지 시행됐던 발전차액지원제도(FIT)는 가격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재생에너지 발전 비용과 시장가격 차이를 정부가 지원하는 제도다.
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의 이희선 연구위원은 18일 발간된 환경포럼에 실린 보고서에서 “RPS의 신재생에너지원별 가중치는 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할 환경적 고려가 소극적으로 반영됐기 때문에 수정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 위원은 “폐기물의 RPS 가중치가 0.5로 FIT의 1.0에 비해 절반으로 줄어든 반면 조력발전소의 RPS 가중치는 2.0으로 FIT의 1.16∼1.37에 비해 46∼72%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폐기물은 반드시 처리돼야 하는 폐기물을 에너지로 바꾸므로 환경성 측면에서 우위에 있다고 할 수 있지만, RPS에서는 푸대접을 받고 있는 셈이다.
같은 조력발전이라도 시화조력발전처럼 기존 방조제 설비에 발전시설을 건설할 경우 가중치는 1.0이지만, 방조제를 새로 건설할 경우 2.0의 가중치가 부여된다. 이 위원은 “이 기준은 신규 방조제 건설을 통한 조력발전사업을 조장할 수 있다”면서 “발전사업자는 조력발전의 경제적 타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환경적 피해가 큰데도 방조제를 건설해 높은 가중치를 받고자 할 수 있다”고 말했다.
RPS 제도에서 재생에너지별 가중치가 중요한 이유는 공급인증서(REC·신재생에너지 발전량 확인증서)의 발전량에 곱해져 가격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RPS 도입에 따라 한국수력원자력, 중부발전, 서부발전 등 14개 발전사업자는 전체 전력생산량 가운데 일정 비율을 재생에너지원을 사용하는 전력으로 충당하거나 다른 발전사업자의 공급인증서를 사들여야 한다. 신재생에너지 생산 의무비중은 올해 2%를 시작으로 2022년 10%까지 높아진다.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과징금을 물게 된다.
환경단체와 전문가들은 RPS와 FIT 병행을 요구하고 있다. 지식경제부는 보조금의 재정부담을 덜고, 발전사업자 경쟁을 촉진하는 RPS를 지지한다. 반면 환경단체는 FIT가 소규모 발전사업자들이 넓은 지역에 골고루 분포하도록 유도해 고용창출효과도 크므로 존속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희선 KEI 연구위원은 “두 제도의 장점을 조합해 재생에너지 보급을 확대하는 데 초점을 두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임항 환경전문기자 hngl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