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판 위키리크스’… 무지타히드, 25만 트위터 팔로어로 소셜미디어 주도

입력 2012-03-18 19:14

사우디아라비아에서 25만 트위터 팔로어를 거느리고 소셜미디어 선풍을 주도하는 무지타히드(Mujtahidd)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16일 소개했다. 무지타히드란 이슬람법 해석의 권위자를 의미한다.

신문에 따르면 사우디의 소셜미디어 사용자들은 모두 무지타히드란 이름을 알고 있지만, 누구이고 어디에 사는지는 모른다. 그는 트위터를 통해 고위층의 부패와 왕족들의 사치를 대담하게 비판해 사우디인들을 사로잡았다. 무지타히드는 사우디 내무부의 최우선 추적대상에 올라있다. 주장내용을 놓고 진위 논쟁이 있지만 많은 분석가들은 그가 이반한 왕족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그는 “내 목표는 부패를 실체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며 이를 위해 익명이 더 바람직하다”며 신분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두바이의 한 대학 교수는 무지타히드를 ‘사우디 판 위키리크스’라고 불렀다.

무지타히드란 이름은 지난해 12월 트위터에 처음으로 등장했다. 당시 압둘아지즈 빈 파드 왕자가 트위터에 “내가 만약 주택 공무원이라면 모든 사우디인이 집을 가질 때까지 진흙집에 살겠다”는 글을 올렸다. 왕족 등의 부동산 사재기에 대한 비판 여론이 트위터에 비등하자 관료들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밝힌 것이다. 얼마 뒤 “당신은 이미 모든 장관을 능가하는 막대한 권력을 갖고 있다. 그런데 주거 문제에 한 게 아무 것도 없다”는 무지타히드의 냉소적인 글이 올라 폭발적인 지지를 받았다. 그는 파드 왕자에 실망한 정보소스들이 왕자 소유 궁전의 가격 등을 올리도록 요구했다고 트위터 데뷔 계기를 밝혔었다.

FT는 아랍권의 정치변동에 따라 확대되던 소셜미디어의 영향력이 무지타히드의 등장으로 가속력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사우디의 소셜미디어 인구는 지난해 5월 두바이에서 나온 ‘아랍 소셜미디어 리포트’에 따르면 적극적인 사용자가 11만4000명 이상으로 추산된다.

사우디 신문은 올 초 유저 수가 지난해에 비해 240% 늘었다고 보도했다. 무지타히드 현상이 일시적인 것으로 끝날 수도 있지만 그가 촉발시킨 부패에 관한 논쟁은 사우디 사회의 관심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FT는 분석했다.

김의구 기자 e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