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원자력발전소 임직원들 “고리원전 안전대책 발표 직후 대정전… 처벌 두려워 조직적 은폐”
입력 2012-03-18 19:01
고리원자력발전소 임직원들이 블랙아웃(대정전) 사고를 조직적으로 ‘은폐’한 것은 정부와 한국수력원자력㈜이 발표한 ‘안전대책’의 대국민 기만성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고리원전이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1년간 완벽하게 안전성을 확보했다는 것 자체가 ‘거짓’이라는 비판이다.
18일 고리원전 등에 따르면 지식경제부와 한수원은 지난달 9일 오전 10시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1주기를 맞아 언론에 홍보성 보도자료 배포와 설명회를 가졌다. 당시 지경부 자료에는 ‘원전 고장원인 정밀조사단을 구성·운영하고 있다’는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한수원 자료에는 ‘초대형 재난대응 종합 매뉴얼 완료’ ‘위기관리실·재난안전팀 신설·위기관리상황실 개소’ 등이 포함됐다.
특히 고리원전이 한수원에 당시 보고한 ‘후쿠시마 이후 고리원전 안전성 증진 추진현황’에는 ‘원자로 정지 발생시 재가동 절차 강화’ ‘지진 및 해일 대비 안전성 보강’ ‘비상전력 및 냉각수단 확보’ ‘고리1호기 원자로용기 검사강화’ 등을 대부분 완료했거나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그런데도 이날 오후 8시34분부터 12분간 고리1호기는 정전이 됐다.
고리원전에 근무하는 A씨는 이와 관련해 “당시 보고자료는 정부방침에 따라 2015년까지 단계별로 추진할 사항을 나열한 것으로 실제 완료된 것은 거의 없는 상태였다”고 털어놨다. 우리 정부는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2015년까지 총 1조1226억원을 투입해 전국 원전에 대해 46건의 안전성 확보사업을 추진한다고 했었다.
고리원전 직원 B씨는 “지식경제부와 한수원이 ‘고장시 책임자 처벌을 강화한다’는 내용의 원전 안전대책을 발표한 직후 정전사고가 발생해 처벌을 무서워한 간부들이 조직적으로 은폐를 시도한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문병위 전 고리제1발전소장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안전대책 보고 뒤 얼마 되지 않아 사고가 발생해 두려움과 공포로 상부에 보고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고 말한 바 있다.
따라서 고리1호기 정전사고는 현장에서의 안전대책을 무시한 채 서류상 안전하다는 보고가 통하는 ‘탁상행정’ 관행이 빚은 인재(人災)라는 지적이다.
부산=윤봉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