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 2400원 넘보는데… 정부는 불구경
입력 2012-03-18 21:14
서울지역 주유소 휘발유 가격이 ℓ당 최고 2400원을 넘보고 있다. 국내 휘발유 가격은 73일째 상승 중이다. 그러나 정부는 유류세는 놔두고 기름값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하는 알뜰주유소만 들먹이며 뒷짐을 지고 있다. 국제유가가 향후 5년 내에 배럴당 200달러를 넘을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어 정부가 특단의 종합대책을 내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보통휘발유 최고가 ℓ당 2400원 근접=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18일 오후 2시 현재 서울에서 보통휘발유 가격이 가장 비싼 주유소는 여의도의 SJ상사 여의도주유소(GS칼텍스)로 ℓ당 2395원이었다. 근처 SK에너지 경일주유소도 2390원으로 이들 주유소는 조만간 2400원을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지역 평균 판매가격은 전날보다 ℓ당 0.05원 오른 2104.34원이다.
기름값 고공행진은 국제유가가 배럴당 120달러를 넘나드는 탓이기도 하지만 유류세가 기름값에 연동해 오르는 구조 때문이기도 해 소비자들의 유류세 인하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130달러 선까지는 유류세에 손대지 않겠다는 입장이어서 언제까지 이를 고수할지 주목된다.
◇GDP 대비 원유수입 비중 급증, ‘경제에 부담’=국제금융센터와 외국계투자은행들에 따르면 올해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대비 원유 순수입 비중은 11.7%에 이를 것으로 추정됐다. 지난해 10.6%보다 1.1% 포인트 상승한 수치로, 금융위기였던 2008년의 11.0%보다 높은 수준이다.
이 비율은 1996년 3.7%에서 꾸준히 상승해 6%대에 머물다 2008년 급격히 치솟았다. 이후 2009년 잠시 8%대로 하락했었다. GDP 대비 원유 지출 비중이 과도하면 다른 분야 소비가 줄고 물가에도 부담으로 작용해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끼친다. 게다가 최근 국제시장에서 원유 투기자금이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도 불안요인이다.
국제유가 상승과 투기 세력 증가에 따른 변동성 확대는 원유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와 증시에 최대 복병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국제금융센터 오정석 연구원은 “유가가 오르는 것도 부담이지만 투기 세력 증가로 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면 유가 예측이 어려워져 기업 경영과 주가에 부정적”이라고 설명했다.
◇유가 당분간 계속 오를 듯=삼성경제연구소가 최근 국내 최고경영자 216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44.4%가 올해 연평균 국제유가가 ‘100∼120달러’ 수준일 것으로 내다봤다. ‘120∼140달러’라는 예상도 40.3%에 달했다. ‘100달러 미만’이라는 응답은 4.2%에 그쳤다.
향후 5년 내 유가가 200달러까지 오를 가능성에는 44.9%가 ‘낮은 편’이라고 답했지만 ‘높은 편’과 ‘매우 높은 편’이란 응답도 27.3%나 됐다. 유가 상승 원인으로는 대다수가 ‘이란과 서방국의 갈등’(42.4%)을 꼽았다.
노석철 기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