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에세이-삶의 풍경] 모델이던 닭
입력 2012-03-18 18:33
산 닭을 사본 적이 있는지요? 8월 어느 날 테라코타작품을 제작하기 위해 닭을 샀지요. 땡볕에 오그라드는 더위를 참으며 유진상가 닭 집을 기웃거려 데려온 닭은 내게 모델이 되어주었습니다. 제 집 허름한 곳에서 그녀와 싸움 끝에 결국 똑 같은 한 마리 그녀를 만들고 말았지요.
그 날 전 매우 지쳐 집 앞 홍대 근처를 어슬렁거리다 시원한 맥주에 취해 거나하게 들어오니 닭은 온 데 간 데 없이 사라져 버렸습니다. 불편하고 슬픈 일이 벌어지고야 말았습니다. 한나절 나와 동고동락한 모델이던 닭은 그날 밤 우리 어머니가 지독한 닭 냄새에 그만 그녀를 잡은 거지요.
그날 저는 대성통곡을 했습니다. 그렇게 미안할 수가 없더군요. 모델이 되어준 닭은 나와 아주 짧은 인연으로 우리 집에서 한 나절 만에 삶을 마감했습니다. 결국 저 또한 닭의 삶이 안타까워 저녁내 슬펐지요. 자신의 형상을 남긴 채 닭은 그 후로 사라졌지요. 인간은 이렇게 어처구니없게 다른 생명을 빼앗으며 그 슬픔을 안고 연민으로 살아가는군요.
그림·글=김영미(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