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포교 공세… 기회의 땅에 관심을” 6인 선교사가 말하는 아프리카 현실과 비전

입력 2012-03-18 18:33


‘21세기 신대륙’ 아프리카에 오순절 복음을 전하고 있는 6인의 선교사가 있다. 이들은 10억명 중 40% 이상이 절대빈곤에 허덕이고 정치적 불안, 종족 간 갈등, 질병 등으로 고통당하는 아프리카를 돕기 위해 급식, 우물파기, 집짓기, 유치원·신학교·메디컬센터 운영 등 다양한 사역을 전개하고 있다. 지난 14일 케냐 나이로비에서 안태경(51·케냐) 김선자(55·코트디부아르) 공정길(49·케냐) 김보혜(53·르완다) 오남식(49·우간다) 정병성(58·라스팔마스) 선교사를 만났다.

-사역 현장에서 나타나는 공통적인 특징은 무엇인가.

△김보혜=이슬람 자본이 눈에 띄게 유입되고 있다. 1994년 4월 내전으로 100만명이 학살당한 사건 이후 원조가 점점 증가하고 있다. 이들은 종교교육이 불가한 상황에서 무상교육으로 접근하고 있다. 목회자 재교육이 절실하다. 심지어 3일짜리 성경교육을 받고 ‘패스터(pastor)’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다. 많은 나라가 식민과 전쟁의 아픔을 겪었다.

△안태경=1960년대 르완다에서 시작된 부흥운동이 우간다를 거쳐 케냐로 넘어왔다. 70년대 오순절운동이 왕성하게 일어나면서 신학교육을 받지 못한 사역자들이 늘어났다. 그러면서 매주 전도집회 중심의 설교가 강조됐지만 상대적으로 마을을 위해 기여하고 사회를 책임지는 자세가 미흡했다. 목회자 재교육과 체계적인 목회 후보생 육성이 필요하다.

△공정길=이슬람이 종교적 차원에서 아프리카를 공략하고 있다면, 중국은 자본을 앞세워 국가적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 아프리카의 많은 나라가 중국자본을 빌려와 도로를 놓고 사회 기반시설을 만든다. 그래서 그런지 유교나 불교 관련 NGO들이 다수 들어오고 있고 승려들도 많이 보인다. 이슬람은 저소득층에 무상교육을 앞세워 포교활동을 하고 있으며, 도시 중심가에 사원을 세우고 있다.

△오남식=현 정부는 군부가 주도권을 잡고 있는데 언제 또다시 쿠테타가 일어날 수도 있다. 정치적으로 불안한 상황이다. 자원이 개발되고 원유가 발견되면서 외부의 자본이 유입되고 외국인이 들어오고 있다. 자연스레 종교도 유입되고 있다. 식민지배의 영향으로 가톨릭 교인이 많은 편이다. 독립은 했지만 원조 등의 이유로 여전히 식민종주국의 영향권 아래 있다.

-선교의 효과적인 방안은 무엇인가.

△김보혜=아프리카 54개국 중 많은 나라가 한국과 비슷한 식민지배의 수탈과 고난을 겪었다. 따라서 이들은 유럽인들에 대해 겉으로 굴욕적이면서도 속으론 강한 반감을 갖고 있다. 반면 한국인은 자신들과 친구나 동격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현지인 주도의 선교를 펼치며 이런 부분을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 선교 현지에선 수백 개의 NGO가 활동하고 있는데 국가에선 소득을 창출할 수 있는 적정 기술의 이전을 요구하며 통제하는 추세에 있다. 젊은 비즈니스 선교사들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갖고 들어오면 좋을 것이다. 한국인 1만명만 들어와도 사회가 뒤집어질 것이다. 한국인은 그런 에너지를 갖고 있지 않은가.

△오남식=협력사역이 굉장히 중요하다. 현지 선교사·교단과의 협력이 필수다. 지역에 흡수돼 협력사역을 펼친다는 생각을 갖고 복음을 전해야 한다.

△안태경=한국에선 아프리카에 뭘 나눠주고 채워줘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 아프리카에 와서 뭘 도와준다는 콘셉트 보다는 현지인과 함께하는 사역으로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

-아프리카를 돕고 있는 한국교회에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김선자=아프리카 선교를 위해 젊은 사람들이 많이 와야 한다. 코트디부아르처럼 영어권이 아닌 불어권이라 하더라도 와서 배우면 잘할 수 있다. 동쪽에서 뜨는 해만큼이나 서쪽으로 지는 해도 뜨겁다. 영혼 사랑을 위해 서쪽으로 와 달라.

△공정길=빈부의 차가 점점 심해지고 있다. 상대적 박탈감이 커고 있고 사회적으로 전문 인력에 대한 요구가 높다. 따라서 목회자보다 복음전파의 열정을 갖고 실력을 갖춘 전문인 평신도 선교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지금이 그들의 삶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적기다.

△안태경=한국사회에서 ‘잉여인간’라는 말이 나오던데 이건 정말 한국에만 국한된 피해의식의 결과다. 아프리카에는 별 볼 일 없다는 뜻의 잉여라는 말은 있을 수도 없다. 88만원 세대라고 하면서 자조적인 말도 하던데 정말 배부른 소리다. 케냐에선 도로공사를 위해 한달에 500달러를 받는 중국 노동자들이 부지기수다. 아프리카에는 해야 할 일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정병성=아프리카는 정말 기회의 땅이다. 2025년 인구가 50억명이 된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다. 젊은 사람들이 많이 들어와야 한다. 굳이 선교가 아니더라도 배움과 사업을 위해서라도 많이 들어왔으면 좋겠다. 그러다보면 자연스레 복음이 전해지지 않겠나.

나이로비(케냐)=글·사진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