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道 예술세계 볼 수 있는 결정판… 이왈종 화백 ‘제주생활의 중도’

입력 2012-03-18 18:13


제주도 서귀포에서 작업하는 이왈종(67) 화백이 동백꽃과 홍매화 가득한 그림들을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갤러리현대 전시장에 걸었다. 추계예대 교수직을 버리고 서울을 떠나 제주에서 ‘중도(中道)’를 주제로 작업한 지 20년째 되는 해이다. 회화 부조 목조 도자기 등 그동안 작업했던 60여 종류를 총망라한 전시로 그의 예술세계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결정판이다.

작품마다 들풀과 꽃나무가 사람이나 집보다 크게 화폭을 메운다. 인간과 만물은 모두 똑 같은 생명을 가진 존재이기에 동등하다는 뜻을 담았다. 남편과 밥상에 마주 앉아 잔소리를 늘어놓는 아내, 짝 지어 노닐고 있는 사슴, 개에게 밥을 주는 사람, 열심히 골프를 치는 무리, 나뭇가지에 앉아 지저귀는 새들의 모습 등 소소한 일상을 그린 작품이 친숙하게 다가온다.

작가의 철학인 ‘중도’란 무엇인가. “중도는 평등을 추구하는 평상심에서 출발합니다. 인간의 쾌락과 고통, 사랑과 증오, 탐욕과 이기주의 등 마음의 작용에 따라 끊임없이 일고 있는 양면성을 융합시켜 화합으로 승화시키는 것을 말하지요. 욕심을 버리고 집착을 끊자, 중도의 길을 걷자고 늘 생각합니다. 좋은 작품은 평상심에서 나오기 때문이죠.”

마당에 가득 핀 풀과 꽃을 보며 자연을 즐긴다는 그의 유일한 취미는 골프다. 삶의 희로애락을 반영하는 그림 속 골퍼들의 표정이 익살스럽다. 동백꽃을 그린 작품은 흐르는 세월에 대한 소회를 담았다. “동백나무에서 뚝뚝 떨어진 동백꽃을 보면서 그간 지나간 시간을 뒤돌아보니 친한 친구들도 동백꽃처럼 뚝뚝 떨어져 갔음을 회상하게 됩니다.” 4월 1일까지 전시(02-519-0800).

이광형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