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0대 5명 중 1명 하우스푸어… 주택대출 빚에 묶인 인생

입력 2012-03-18 18:06


직장인 김민준(가명·47)씨는 지난해 서울 신당동에 40여평의 아파트를 마련했다. 멋진 새집 마련에 대한 뿌듯함도 잠시뿐이다. 4억여원을 대출받은 김씨는 매달 160여만원씩 빠져나가는 대출이자 때문에 월급을 받아도 가슴이 답답하다. 김씨는 “대출이자에 아이 교육비와 식비 등을 빼면 한 달 월급이 훌쩍 날아가 노후대비는 엄두를 내지 못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본격적으로 집을 장만하는 30∼40대 주택담보대출자 5명 중 1명꼴로 하우스푸어란 분석이 제기됐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는 18일 ‘국내 주택시장 동향과 전망’ 보고서에서 “국내 주택담보대출시장 분석 결과 하우스푸어는 주택담보대출자의 16.2%”라고 밝혔다. 통상 하우스푸어는 집을 소유하고 있지만 주택 마련을 위한 무리한 대출로 생긴 원리금 상환 부담 등으로 빈곤하게 사는 사람들을 의미한다. 연구소는 생활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비율이 30% 이상이고, 가용자산 대비 부채비율이 100%를 초과하는 사람을 하우스푸어로 규정했다. 집을 빼면 모든 자산을 처분해도 빚을 갚지 못하는 신세임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연령별로 보면 30∼40대 대출자 중 하우스푸어 비중은 19.3%로 나타났다. 30대의 하우스푸어 비율이 19.6%였으며 40대는 18.9%였다. 반면 50대와 60대는 13.5%와 11.2%의 비중을 보였다. 30∼40대 하우스푸어 비중이 높은 것은 처음 자신의 집을 장만하거나 아이들을 위해 좀 더 큰 집으로 옮기는 가장들이 대부분이어서 무리하게 대출받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역별로는 경기지역에 집을 마련한 대출자 중 18.0%가 하우스푸어였으며 서울(17.6%), 수도권(17.4%)이 뒤를 이었다. 특히 서울에서 고가 아파트가 집중돼 있는 강남 서초 송파구 등도 하우스푸어 비중이 17.2%로 높았다고 연구소는 밝혔다. 즉 강남의 고가 아파트 소유자 중에서도 20%가량은 무리한 집 장만으로 허덕이고 있다는 얘기다. 반면 지방광역시에 집을 마련한 대출자 중 하우스푸어 비중은 12.3%로 서울 경기지역에 비해 크게 낮았다.

이들 하우스푸어 대부분은 원리금상환 부담이 있으며 이에 따라 지출까지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하우스푸어 중 96.3%는 원리금상환 부담이 있다고 답했으며 상환부담에 의해 가계지출을 줄인 사람도 74.8%나 됐다.

하우스푸어 중 주택매도의사가 있는 가구도 64.0%였다. 자산포트폴리오 조정(26.9%)과 원리금상환 부담(25.4%) 이유가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경기침체를 이유로 든 가구도 13.7%로 나타났다. 불황에 따라 집값이 떨어지자 손해까지 감수하고 빚덩이 집을 팔고 싶다는 속마음을 내비친 것이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