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진홍] 김종훈 vs 정동영

입력 2012-03-18 18:16

“외교부 관리들이 대한민국 국익을 대표하는 사람들인지, 미국 파견관인지, 옷만 입은 이완용인지 모르겠다. 우리가 정권을 잡았을 때 김종훈 본부장을 관료로 쓴 것을 후회한다. 저 하늘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피눈물을 흘리고 있을 것이다.” 2011년 10월13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회의실에서 정동영 민주당 의원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주도한 김종훈 외교부 통상교섭본부장을 이렇게 질타했다.

같은 달 21일, 김 본부장은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고위당정협의회에서 정면으로 반격했다. “제가 이완용이라면 한·미 FTA를 지지하거나 제가 하는 일에 찬성을 표하는 많은 국민이 똑같은 이완용이거나 이완용 지지자가 될 것이나, 대한민국 국민의 모습은 그렇지 않다고 확신한다.”

FTA 결사 저지의 선봉에 선 정 의원과 지난해 말 공직에서 퇴임한 뒤에도 FTA 전도사를 자임하고 있는 김 전 본부장. 이 두 사람이 4·11 총선에서 정면 승부를 벌이게 됐다. 민주당이 경선을 통해 서울 강남을 후보로 정 의원을 결정한 데 이어 새누리당이 어제 같은 곳에 김 전 본부장을 전략 공천한 것이다. 좀처럼 볼 수 없는 악연이다.

요즘엔 김 전 본부장이 공세적이다. 노무현 정부 때 FTA를 적극 옹호했던 정 의원이 이제 와서 정략적으로 말을 뒤집었다는 게 공격의 핵심이다. 소위 ‘강남벨트’에 공천된 천정배 민주당 의원은 전 정부 때에도 FTA를 강하게 비판했지만, 정 의원은 “FTA는 한·미 상호방위조약과 함께 향후 50년간 관계를 지탱시켜 줄 중요한 기둥”이라고까지 평가했던 점을 파고들고 있는 것이다.

반면 정 의원은 최근 “(노무현 정부) 당시 (FTA에 관한) 우리의 판단이 잘못됐다고 깨끗이 털고 가야 한다”고 했다. 김 전 본부장을 ‘매국노 이완용’에 비유했다가 ‘그럼 김 전 본부장을 강력 지원한 노 전 대통령도 매국노란 말이냐’는 반론이 나오는 점을 의식하지 않았나 싶다.

민주당이 ‘MB정권 하의 FTA 반대’를 당론으로 정하면서 FTA는 선거쟁점으로 부상한 상태다. 강남을에서의 두 후보 대결은 ‘FTA 대전(大戰)’으로 불린다. 강남을은 전통적으로 새누리당 강세지역이어서 김 전 본부장이 승리하더라도 새누리당이 FTA에 관한 찬성 민심이 확인됐다고 홍보하기는 힘들 수 있다. 하지만 정 의원이 승리를 거둔다면, 민주당의 FTA 재재협상 목소리는 더 커질 것이다. 4월11일, 누가 웃을까.

김진홍 논설위원 j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