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금대신 사회봉사 안되나요”… 오랜 경기침체에 “몸으로 때우자” 신청 급증

입력 2012-03-16 18:56


경기침체 여파로 법원으로부터 벌금형을 선고받았지만 ‘분납’을 신청하거나 ‘사회봉사’로 대체하겠다고 신청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또 기한 내 벌금을 납부하지 못하거나 일부러 노역장행을 자청하는 경우도 많아지는 추세다.

16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극심한 경기침체로 서민들의 생계형 범죄에 한해 벌금을 대폭 깎아주거나 분납 또는 사회봉사 대체 등을 폭넓게 허용하는 ‘탄력적 양형기준제’는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시행됐다.

부산지검의 경우 올 들어 법원에서 선고받은 벌금의 분납 신청은 180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48건보다 22%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또 사회봉사 대체 신청 건수도 54건으로 작년 동기 48건보다 13% 늘었다. 사회봉사 신청 건수는 2010년 526건에서 2011년 211건으로 줄었다.

벌금을 내지 못해 구치소에서 노역을 하는 수형자 역시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노역을 하게 되면 1일 5만원씩 벌금에서 차감되며 구치소에 기결수로 수감된다.

노역 수형자는 올 들어 3월 15일 현재 812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781명보다 4% 늘었다. 노역장 유치 건수는 2010년 5055건에서 2011년 3921건으로 감소했지만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건설일용직으로 일하다 실직한 부산 금곡동 이모(67)씨는 최근 음주운전으로 벌금 150만원을 부과받자 벌금을 내기보다 사회봉사형을 택했다. 소득도 없는 처지에 어렵게 생계를 이어가는 가족에게 벌금을 내달라고 할 수도 없어서였다. 이씨는 결국 하루에 5만원을 깎아나가는 식으로 30일간 노인요양시설 등에서 사회봉사를 했다.

대전지검의 경우 벌금 분납 건수는 2010년 374건에서 지난해 620건으로 무려 246건이 늘었고, 올해도 지난달까지 32건에 달한다. 또 노역장 유치 벌금 건수는 2010년 1690건에서 지난해 1824건으로 134건이 증가했다. 올해도 지난달까지 105건에 달한다.

벌금 분납자 증가는 벌금 미납자 사회봉사 대체 법안의 영향으로 풀이되고 있다. 하지만 경기침체의 영향이 또 다른 원인이 되고 있다는 게 검찰 관계자의 설명이다.

대검찰청 박계현 대변인은 “검찰은 장애인이나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등에 대해 벌금 분납 신청을 받아왔으나 경제살리기 차원에서 분납을 탄력적으로 운용하고 있다”면서 “최근 벌금 분납이나 사회봉사 신청이 늘고 있는 것은 경제난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부산=윤봉학 기자 bhy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