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송지휘 수용”… 警, 작전상 후퇴?

입력 2012-03-16 18:56

검찰과 첨예하게 대립하던 경찰이 경찰 간부가 수사지휘 검사를 고소한 ‘밀양 사건’에 대한 검찰의 이송지휘를 수용키로 했다. 또 감찰 중이던 ‘룸살롱황제 뇌물 리스트 사건’을 검찰이 수사하는 것에 대해서도 협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를 두고 경찰의 전략적 후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16일 “사건이송은 수사주체를 정하는 것으로서 검찰의 이송지휘는 개정 형사소송법이 보장하는 경찰의 수사개시 진행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한 것”이라면서도 “핵안보정상회의, 총선 등 국가대사를 앞두고 경찰과 검찰 간 다툼으로 비쳐질 수 있어 대승적 차원에서 수용한다”고 말했다. 또 “검찰이 룸살롱황제 뇌물 리스트 사건을 수사하는데 적극 협조하겠다”며 “검찰과 경찰이 또 갈등을 빚는 듯한 모습을 보여 협조키로 했다”고 덧붙였다.

검·경 갈등은 지난 8일 경남 밀양경찰서 정모(30) 경위가 수사지휘를 맡은 당시 창원지검 밀양지청 박모(38) 검사에 대해 직권남용과 모욕 등 혐의로 경찰청에 고소장을 제출하면서 표면화됐고 검찰이 이송지휘, 룸살롱황제 뇌물리스트 사건 수사 등을 밝히며 최고조에 이르렀다.

경찰은 공식적으로는 국민들에게 검경 다툼으로 비쳐질까봐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비난의 화살을 검찰로 돌린 것이라는 분석이다.

경찰은 박 검사가 정 경위에게 폭언을 할 때 현장에 있었던 참고인의 신원을 확보한 데다 참고인으로부터 당시 상황을 들은 사람들의 증언도 확보했다. 검찰에 협조하더라도 불리할 게 없다는 분석이 끝났을 수 있다.

경찰은 대구 성서경찰서로 사건을 이송하되 경찰청의 지능범죄수사대 인력을 파견, 수사를 계속할 계획이다. 또 “피고소인이 근무하는 검찰 관할의 지휘를 받을 경우 공정한 수사가 어려울 것 같다”며 이송지휘 부당성을 계속 강조하고 있다. 사건이 이송된 후 검사에 대해 혐의가 없다는 결과가 나오면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난은 온전히 검찰의 몫이 된다. 반면 검사의 혐의를 밝힐 경우 공은 수사팀을 파견한 경찰이 가져올 수 있다.

뇌물리스트 사건도 경찰이 반발할 경우 경찰이 연루된 사건에 대해 비호한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감찰 초기부터 “철저하게 조사해 연루된 사람이 있으면 형사처벌할 것”이라고 밝힌 경찰 입장에서 검찰의 수사에 반대할 명분이 없다.

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