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검증 논란·공천 박탈 반발… 여야 바람잘 날 없다
입력 2012-03-16 23:32
막판에 접어든 공천의 난맥상이 갈길 바쁜 여야의 발목을 잡고 있다. 새누리당은 탈당 행렬이 잠잠해지는가 싶더니 공천 부실검증 논란 의혹이 날마다 불거지고 있다. 민주통합당은 공천 박탈에 반발한 전혜숙 의원에게 당대표실을 점거당한 가운데 경선에서 장애인이 동원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새누리당 공천 악재 빈발에 당혹…총선 패배 위기감=이상돈 비상대책위원은 16일 SBS라디오에 출연해 여성비하 발언을 한 석호익(경북 고령성주칠곡) 후보 공천에 대해 “그대로 지나갈 수는 없는 일 같다”면서 “비대위원들도 어제 의견을 교환했는데 그냥 넘어갈 수 없다”고 말했다. 비대위원들은 15일 밤 긴급 전화회동을 하고 석 후보의 공천 취소를 공직후보자추천위원회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공천이 엉망진창이 되고 있다”며 “지지율이 좀 올라갔다고 오만에 빠져 제 무덤을 파고 있다”고 탄식했다고 한다. 이 위원은 “지금 같아서는 결코 민주당을 이길 수 없다”고까지 했다.
반발 여론에 따라 공천위는 전체회의에서 석 후보와 참고인들로부터 소명을 들었으며 17일 공천 철회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권영세 사무총장은 기자들에게 “국민 눈높이에 따라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달곤 청와대 정무수석의 문자메시지 파문도 커지고 있다. 이 위원은 “청와대가 선거에 개입한 것이라고 볼 것 같으면 노무현 전 대통령이 탄핵을 당한 것도 이런 경우가 아니겠느냐”며 “정치 불개입 원칙을 깼다는 것으로 큰 악재”라고 탄식했다. 이어 “내용으로 보건대 실수라고 볼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에 대해 이 수석은 언론과의 통화에서 “(문자를 보낼) 당시엔 이미 여러 언론에서 공천이 거의 확실하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왔고 나오는 얘기들을 알려준 것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하지만 그는 문자 메시지에 공천위원 3명의 이름을 거론하며 감사 인사를 하라고 한 것에 대해선 해명을 내놓지 못했다.
이처럼 악재가 겹친 가운데 대구 수성을의 주호영 의원 측이 현역의원 하위 25% 컷오프 여론조사를 앞두고 선거사무실에 50~70대 지역 유권자 60여명을 모아놓고 전화가 걸려올 경우 20~30대라고 응답하라고 권유했다는 여론조작 의혹이 터져 나왔다.
서울 구로을의 강요식 후보는 철새 논란에 휩싸여 있다. 강 후보는 민주당 정대철 김한길 전 의원 보좌진 출신으로 열린우리당 구로구청장 예비후보로 뛰기도 했으며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외곽조직인 서울희망포럼 SNS 소통위원장을 맡고 있다.
기자들에게 돈을 돌린 의혹을 사고 있는 손동진(경북 경주) 전 동국대 경주캠퍼스 총장에 이어 김학용(경기 안성) 의원도 지역 인사들에게 떡 선물을 돌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충남 부여·청양의 육군대장 출신 김근태 후보는 유권자들에게 책과 음식을 돌린 혐의로 선관위에 의해 고발됐고 유상곤(충남 서산·태안) 전 서산시장은 선거캠프 회계책임자가 자원봉사자들에게 돈을 건네 벌금형을 선고 받고 2011년에 시장 직을 상실한 전력을 갖고 있다. 권 총장은 “다른 문제 후보들도 검토하고 있다”며 “선거법 문제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한명숙 대표실 점거당해…경선 투표에 장애인 동원 의혹도=민주당은 금품 제공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전혜숙(서울 광진갑) 의원의 후보 자격을 박탈했다가 된서리를 맞고 있다. 전 의원은 15일 국회의 한 대표실을 점거하고 밤샘 단식 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로 인해 당 지도부는 자리를 옮겨 원내대표실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진행했다.
전북 익산갑에서는 장애인단체가 경선투표에 지체·지적 장애인들을 동원했다는 의혹이 제기됨에 따라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복수의 당원들은 언론과의 접촉에서 “경선 현장 투표가 실시된 지난 12일 장애인단체가 승합차를 이용해 장애인들을 실어 날랐다”며 “의사 표현도 힘든 지적장애인이 인터넷이나 모바일, 콜센터를 이용해 복잡한 선거인단 등록을 어떻게 했는지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장애인단체 측은 “회원 200명 가운데 일부 지체 및 지적 장애인들이 ‘투표를 하겠다’고 나서 단체 승합차로 태워다준 사실은 있다. 등록도 스스로 한 것”이라고 일축했다. 이 지역은 이춘석 의원이 한병도 전 의원을 누르고 후보로 선출됐다.
정재호 기자 j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