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불법사찰 재수사’ 결정 배경… 폭로내용 구체적이어서 檢 ‘더 미뤘다간 의혹 눈덩이’ 판단

입력 2012-03-16 18:42

검찰이 장고 끝에 재수사를 결정한 것은 장진수(39) 전 주무관의 폭로내용이 워낙 구체적이어서 더 이상 미룰 경우 의혹이 눈덩이처럼 커질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검찰 관계자는 16일 “국민의 관심이 지대하니 진상을 정확히 파악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장 전 주무관은 2010년 수사 당시 진술하지 않았던 청와대의 증거인멸 지시와 회유 내용을 최근 육성파일과 함께 공개했다. 돈을 받은 시기와 장소도 특정돼 있다. 1차 수사를 담당했던 검사들조차 “당시에 이런 진술이 나왔다면 결과는 달라졌을 것”이라고 말했을 정도다.

민주통합당이 총선 이후 19대 국회에서 국정조사와 특검을 추진하겠다고 압박한 것도 검찰에겐 부담으로 작용했다. 민주통합당이 총선 전략으로 민간인 불법사찰에 대한 청와대 개입의혹을 계속 제기할 가능성이 높고, 이렇게 되면 여당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특검에 의해 청와대가 조직적으로 증거인멸에 개입했다는 사실이 드러날 경우 정권 자체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에 적당한 수위에서 차단해야 한다는 계산을 했을 수도 있다.

이와 함께 검찰 조직을 위해서도 스스로 재기해 납득할 만한 수사결과를 내놓음으로써 신뢰를 만회하고, 특검 도입의 빌미를 주지 말아야 한다는 계산을 했을 수 있다. 재수사 없이 특검이 도입돼 청와대의 증거인멸 지시 의혹이 밝혀질 경우 검찰로서는 부실수사라는 오명과 함께 고의로 수사를 축소했다는 비난까지 받을 수 있다. 이 같은 이유 때문에 검찰 내부에서조차 어려울 때일수록 정면 돌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았다. 검찰 관계자는 “재수사만큼은 좌고우면하지 말고 정공법으로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이 재수사의 주체로 특임검사를 임명하지 않고 서울중앙지검 차원의 특별수사팀을 구성키로 한 것도 1차 수사팀의 책임을 묻기보다는 의혹의 실체를 밝히는 데 주력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김재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