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광명성3호 발사 예고] 北 발표 속셈은… 한·미 압박하고 내부결속 다지고 ‘다목적 카드’
입력 2012-03-16 18:41
북한이 미국과의 대화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는 와중에 갑작스레 광명성 3호 발사 계획을 들고 나온 것은 한꺼번에 여러 효과를 얻겠다는 다목적용 포석이라는 분석이 많다. 장거리 미사일 기술을 대내외에 과시함으로써 내부 체제를 결속하는 동시에 한·미를 압박하겠다는 전략이다.
◇대미(對美) 경고 메시지?=북한은 지난달 23∼24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3차 북·미 고위급 회담을 통해 ‘2·29 합의’를 이끌어냈다. 미국이 식량지원을 하는 대신 북한은 핵 실험 및 미사일 발사를 유예한다는 게 골자다. 하지만 이를 놓고 북한이 선(先)식량지원에 매달린 반면, 미국은 핵실험 유예가 확실히 이뤄지지 않는 한 대규모 지원은 없다는 스탠스를 취했다.
따라서 북한이 1998년 첫 발사 때부터 장거리 탄도 미사일 실험 의혹을 받았던 광명성 위성 발사 카드를 꺼냄으로써 일종의 ‘벼랑 끝 전술’을 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2·29 합의를 지키지 않으면 이전보다 더 위협적인 핵무기 개발의 길로 가겠다는 위협이라는 것이다.
◇‘남한 선거개입, 불리할 게 없다?’=최근 들어 ‘북풍(北風)’은 선거에서 보수정당에 불리하게 작용되는 분위기다.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이 조성될 경우 유권자들은 유연한 대북정책으로 긴장을 돌파할 가능성이 높은 온건 진보정당에 투표했다. 천안함 피격 사건 후폭풍이 불던 2010년 6·2 지방선거에서도 보수여당은 야당에 졌다. 동국대 고유환 교수는 16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확산시켜 총선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면서 “총선 결과가 어떻든 북한은 손해 볼 게 없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내부 체제 결속용=세종연구소 홍현익 연구위원은 “강성대국 선언을 앞두고 주민들에게 강력한 메시지를 던져 식량부족 등 내부 문제를 가리려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김정은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이 할아버지(김일성 주석)와 아버지(김정일 국방위원장)보다 더 강력한 추진력을 지니고 있음을 대내외에 과시하려 했다는 얘기다.
발사 장소로 동해가 아닌 서해를 택한 것도 의미심장해 보인다. 지금까지 북한은 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 방향을 ‘동해→태평양’을 택했다. 가깝게는 일본, 멀게는 미국을 위협하는 식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천안함, 연평도 도발로 남북 간 군사 긴장이 조성된 ‘서해→남쪽’을 발사 방향으로 잡았다. 김정은이 남한에 직접 위협을 가할 정도로 대담하다는 것을 북한 주민들에게 보여주려는 의도일 수 있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