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품격 건강사회 만들기 토론회] 내 가족이 먹을 음식 만든다는 ‘업계 마인드’ 절실하다
입력 2012-03-16 18:29
쿠키미디어, 식품 이물질 저감화 대책 모색
국민일보 쿠키미디어는 식품·의약·의료 등 국민 건강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이슈를 선정, ‘고품격 건강사회 만들기 토론회’를 개최하고 있습니다. 4번째 토론회 주제는 최근 끊임없이 소비자들에게 먹거리 불안을 안겨주고 있는 ‘식품 이물질’로 선정했습니다. 식품 이물질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과자에서 나온 쥐, 참치통조림의 칼날, 자작극으로 밝혀진 쥐식빵 등 식품 이물질 사건·사고는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정부와 식품업체들은 식품 이물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시도하고 있지만 소비자의 불신과 불안의 목소리는 커져가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에 정부와 식품업계, 소비자단체가 머리를 맞대고 식품 이물을 줄이기 위한 합리적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식품 이물질 저감화’ 토론회를 마련했습니다.<편집자주>
◇주제: 식품 이물질 저감화
◇일시: 2012년 3월 13일
◇참석자
최동미 (식품의약품안전청 식품안전국 식품관리과장)
양재원 (민주통합당 이낙연의원실 비서관)
하정철 (한국소비자원 식의약안전팀장)
송성완 (한국식품산업협회 식품안전부장)
◇진행
김민희 쿠키건강TV 아나운서
◇방송
3월27일 13:30∼14:50 쿠키건강TV
-국내 식품 이물 발생 현황은 어떤 수준이고 주요 원인은 무엇인가?
◇송성완=지난해 하반기 식품 이물 발생 건수는 5631건으로 2010년 8599건 대비 34.5% 감소했다. 이물혼입은 주로 소비단계(472건)에서 가장 많았으며 제조단계(431건), 유통단계(342건) 순으로 나타나고 있다. 주요 원인은 제조공정이나 원·부재료, 교차오염, 개인위생 미흡 등의 부주의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 이물관리는 어떻게 이뤄지고 있나?
◇최동미=식품이물관리는 품질관리와 관련된 부분으로 식품업계가 책임지고 관리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소비자로부터 이물신고를 받은 업체 대부분이 이물에 대한 원인규명보다는 소비자와의 음성적인 합의를 통해 이를 막아내는 데만 급급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이같은 폐단을 막기 위해 식품업체에서 이물 발견 사실을 반드시 식약청에 보고하는 제도를 통해 이물관리를 하고 있다. 이물보고제도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우리나라만 유일한 이물보고제도의 문제점은 없는가?
◇송성완=위해 가능성이 낮은 이물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식약청 위해정보 공개사이트에 공개되고 있다. 이는 식품업체 입장에선 치명적이다. 해당 제품의 수출국에서도 동시에 모니터링 돼 이미지 손상은 물론 막대한 경제적 손실도 초래한다.
◇양재원=현재 이물신고제도는 자진신고에 의존하고 있고 신고하지 않더라도 달리 취할 강제 수단이 없다. 결국은 신고한 업체만 손해 볼 수 있다. 특히 지난해 이물발생 건수가 줄었다는 발표가 있었는데 신고한 업체만 손해 보는 현행 시스템에서 나오는 통계로 저감 상태를 평가한다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신고를 은폐함으로써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식품 이물 발생은 변함이 없는데 신고 수치만 줄어들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하정철=기업들이 이물신고보다는 소비자와의 음성적인 대응을 통해 사건을 무마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결국 업체 스스로 블랙컨슈머를 양산하고 있는 셈이다. 이물보고제도를 통해 이물건수가 줄어든 건 사실이지만 소비자원의 ‘소비자위해감시시스템’에 접수된 이물사례는 매년 증가추세에 있다. 또 식약청 이물통계는 대부분 중소기업에서 나타나는데 소비자원에 접수되는 이물사례를 보면 대기업 제품이 많다. 이는 식약청과는 반대되는 결과로 결국 이물보고제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단면이기도 하다.
◇최동미=현재 보고를 의도적으로 누락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소비자의 이물 클레임을 의무적으로 기록, 보관하도록 하고 있다. 또 식품업체에서 이물 보고를 하지 않거나 지연하는 경우에는 과태료 부과 처분을 하고 있다. 블랙컨슈머의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업계가 이를 신속히 공개하고 정부와의 긴밀한 공조를 통해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식약청에 접수되는 식품이물 사례 대부분이 중소기업인 것은 맞지만 대기업도 상당수 포함돼 있고 보고도 비교적 잘 이뤄지고 있다.
-블랙컨슈머 양산의 주원인은 보상체계에 있는 듯하다. 소비자 피해 보상의 보다 합리적인 방안은 없는가?
◇하정철=블랙컨슈머는 업체 스스로 키웠다. 업체에 따라 보상 수준이 다르다. 그렇다보니 원칙대로 보상 받은 사람은 손해 보는 느낌이 들 수 있다. 업체 간 협의된 보상 규정이 있었으면 한다. 또 이물발견으로 인한 소비자의 불쾌감, 교환이나 환급을 위해 판매처를 재방문해야 하는 수고를 생각하면 소비자 보상기준을 보다 강화할 필요가 있다. 보상 강화는 블랙컨슈머의 출현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양재원=식품이물에 대한 신속한 처리가 중요하다. 기업에 직접 연락해 즉각 보상받고 싶은 게 소비자 심리다. 소비자신고센터에서조차 기업에 연락해 처리하라고 한다. 이 때문에 블랙컨슈머도 생기는 것이다. 기업의 임의적인 보상은 막아야 한다.
-이물보고의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최동미=아직 제도 시행이 얼마 되지 않았다. 좀 더 시행해보고 제도적으로 보완할 문제를 총체적으로 생각해봐야 한다.
◇송성완=제도의 보완도 보완이지만 식품이물은 무엇보다 식품업계 스스로 노력하는 자율적 관리가 필요하다.
-식품업체가 자율적으로 이물을 잘 관리할 수 있다고 보는가?
◇양재원=시기상조다. 소비자의 신뢰가 바탕이 되지 않은 자율관리는 무의미하다. 그에 앞서 업계의 자정노력을 보여주고 소비자의 신뢰를 구하는 것이 순서다.
◇하정철=물론 식품이물 문제를 업체에서 자율적으로 잘 관리할 수 있다면 그렇게 맡겨 두는 게 바람직하다. 하지만 식품이물 발생이 줄어들고 소비자의 신뢰가 담보되며 소비자불만이 줄어들 것이냐 하는 부분에서는 아직 시기상조다. 유럽연합(EU)의 경우 모든 식품에 해썹(HACCP)이 의무화돼 있지만 정부의 관리감독과 규제는 느슨한 편이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기업이 정부 가이드라인보다 훨씬 더 강력한 품질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기업의 윤리의식이 투철하고 식품안전 사고 발생 시 뒤따르는 유무형의 손해가 훨씬 더 크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최동미=궁극적으로 이물 관리는 식품업계 자율에 맡겨져야 한다. 그러나 아직 이물보고제도가 시행 초기 단계이고 유통 중 식품에 대한 이물 발생 건수의 증감 여부는 최소 3년 이상의 객관적 통계가 확보돼야 정확히 판단할 수 있다. 따라서 현 시점에서 자율관리 전환은 이르다.
-식품이물 발생을 줄이기 위한 방안은?
◇양재원=해썹 제품 제조업소에 몇 차례 나가봤다. 비싼 돈을 들여 에어커텐을 달아놓고도 정작 전기료를 아끼려고 가동은 하지 않고 있었다. 규격대로 위생복장을 갖췄지만 번거롭다는 이유로 제대로 착용도 안 한다. 제도가 모든 것을 해결할 수는 없다. 결국 비용의 문제가 아니라 마인드의 문제다. 식품업계가 기계로 찍어내는 것은 공산품이 아니다. 가족을 위해 음식을 만드는 마음으로 제품 생산에 힘써야 한다. 해썹 인증을 받게 되면 국민들이 신뢰를 한다. 그런데 사후관리가 잘 안 되고 있다. 그렇게 되면 불신은 더 커진다. 운영과정에 따른 관리도 더 철저히 했으면 한다.
◇송성완=이물 발생은 불가항력이다. 소비자도 인식을 해야 한다. 이물혼입방지는 업체 자체 관리 방법의 강화 및 개선이 최선이다. 품질관리의 일환으로 자체 이물 관리 기록을 철저히 하고 관리 기관의 수시 점검이 가능하게 하면 충분히 관리가 될 것이다. 불가항력적인 이물에 대한 처벌 강화는 자칫 기업 이물저감 의지를 약화시킬 수 있다.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
◇하정철=대기업의 경우 이물사례가 거의 보고 되지 않는 것은 소비자대응시스템이 잘돼 있어 사전에 이물신고를 차단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통계에서도 누락되는 것이다. 어느 정도의 식품이물은 인정해주자는 식의 접근도 위험한 발상이다.
◇최동미=유통 중 식품에 대한 이물 발생 건수의 증감 여부는 객관적인 통계가 확보된 이후에 정확히 판단할 수 있다. 대기업의 이물보고가 적은 것은 보고 누락이 아니라 원인규명결과 제조단계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현 시점에서 자율관리 전환은 이르다. 식약청은 앞으로 식품업계가 자율관리 환경을 조성할 수 있도록 이물 저감 정책을 추진할 것이다.
정리=조규봉 쿠키건강 기자 ckb@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