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시 당선작 소개 및 소감

입력 2012-03-16 17:13


최우수-이원숙씨 소감=지금까지 삶의 파도는 삶을 삼켜버릴 기세로 거세게 달려들었지만 드러나지 않는 깊은 바닷속이 늘 그러하듯 나는 더욱 고요해져만 갔다.
미로처럼 엉켜만 가던 걷잡을 수 없었던 삶의 길에서 끊임없는 의문과 방황을 자행하며 의심의 문턱을 넘나들기를 여러 번. 때로는 두려움에 떨었고 허공을 맴도는 막막한 외로움에 덩그라니 남아 한기를 느껴야 했다.
수없이 나 자신을 버렸다 다시 주워 담았다. 적당히 무기력해지고 허기가 질 때마다 잠 못 드는 밤을 보내며 눈물 병에 눈물을 담았다.
하지만 허우적거리는 의지를 추스르는 일도 곪아터진 마음을 다잡는 일도 내 힘으로 하기엔 역부족일 뿐, 버둥거릴수록 빠져 들어가는 늪에서 더 이상 나를 의지하지 않는 법을 배웠을 때 비로소 다른 것을 보았다. 실상이 보이지 않아도, 증거가 나타나지 않아도 이미 보이는 것처럼 바라보는 ‘바라봄의 법칙’.
오랜 침묵을 깨고 하나님께서는 내가 갉아먹은 꿈을 만나게 해 주셨다.
아픔 속에서 더욱 빛나는 희망을 그리며 삶을 생각하듯 시를 더듬는다.
가슴에 묵혀있는 체증을 쓸어내리고 역경의 열매를 풀어내 허기진 영혼을 채워주는 사랑과 희망이 있는 시를 쓰고 싶다. 아쉽게도 나에게는 천재적인 재능이 없다. 그러나 오직 많은 노력과 시간을 들여야 쓸 수 있는 시를 위해 이제는 기꺼이 아름다운 밤을 밝힐 수 있을 것만 같다.
삶을 바라보시며 오래 참으시고 여기까지 길을 인도해 주신 하나님께 감사와 사랑을 드린다. 아울러 부족한 시를 뽑아주시고 기회를 주신 국민일보와 한국기독교문화예술총연합회 그리고 심사위원들께 감사를 드리며, 턱없이 모자람을 알면서도 언제나 묵묵히 격려해 주던 남편과 엄마를 늘 일깨워 주는 스승과도 같은 아이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또한 기도와 조언을 아끼지 않으시던 주위의 여러 친지들, 이웃들과 기쁨을 함께 나누고자한다.



우수-권여원씨 소감=눈 덮인 땅,
시린 바람을 견디던 뿌리는 봄을 안고 있었습니다.
땅 속 한 켠에 눈물을 저장하고 있던 내 오랜 방황은
이제 당신의 은총으로 다져지기 시작했습니다.
말씀은 내 영혼에 새순으로 돋아 꽃망울 터뜨리며
무성한 여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주님이 주신 펜으로 그분의 숨결을 노래하여
풍성한 결실을 드리겠습니다.
상처나고 지친 영혼들에게 한 줄 위로가 될 수 있는,
소망으로 물든 시가 되도록 무릎으로 간구하겠습니다.
시의 뿌리를 마음껏 뻗어갈 수 있도록 인도해 주신 손진은 교수님,
마경덕 선생님께 감사드리며, 제게 신앙시인으로 남겨지라고 귀한 상을
허락해 주신 국민일보사, 한국기독교문화예술총연합회와 심사위원 선생님들께도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시편의 울타리에서 꽃밭을 일구고 계시는 두 분 선생님과
못나고 철없는 나를 위해 언제나 눈물로 기도해주시는
사랑하는 사람들의 뿌듯한 미소가 바람을 타고 건너옵니다.

귀한 달란트를 주신
왕이신 나의 예수님께 모든 영광을 돌려드립니다.



우수-김초양씨 소감=옛날 선비들은 구구소한도(九九消寒圖)라는 아름다운 일력을 만들어 추운 겨울을 지냈다고 합니다. 동지를 보낸 후 매화나무 가지를 그려놓고 거기에다 하루에 하나씩 매화꽃을 피우며 봄을 기다리는 겁니다. 마른 나무 가지에 매화꽃 여든한 송이가 피어날 때 창문을 활짝 열고 봄을 맞이한 거지요. 단순히 로맨틱한 봄맞이는 아닐 것입니다. 겨울을 보내며 봄을 기다리는 유정한 심정에는 삶에 대한 깊은 외경이 자리하고 있을 것입니다. 가난하고 낮은 마음으로 시를 쓰는 일도 그리하리라 여겨집니다.
시를 쓰면서, 언제나 시로서, 주님을 향하여 나아가는 발걸음이 되기를 소망하며 하나님을 향한 경건하고도 뜨거운 절규를 위한 사랑의 편지를 시로 썼습니다. 신앙이 나의 생명이라면, 문학은 나의 삶이고 역사입니다. 통증 같은 열망으로 문학에 대해 철저히 사역당하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기독문화의 글밭에 등불을 밝혀 오신 많은 분들이 계심에도 불구하고 졸시에 부여된 영광은 오직 주님의 것입니다. 선해주신 심사위원님들께 깊이 고개 숙여 감사드리며, 국민일보와 한국기독교문화예술총연합회에도 큰절 올립니다. 그리고 부산에서 저의 지도교수였던 강영환 교수님에게도 감사를 드립니다. 효정이와 민지 사랑한다.
아무리 겨울 뒷자락이 길어 옷깃을 여며도 오늘은 봄입니다. 구구소한도의 마지막 꽃 한 송이를 그려 넣는 날, 창문을 활짝 열고 봄을 맞이하는 날, 내 인생 최대의 환하고 눈부신 봄날, 열심히 하겠다는 약속으로 부끄러움을 덮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