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시 공모 당선작-우수작] 봄의 첫 장

입력 2012-03-16 18:01

매화나무 아래 서면

허공에 불이 켜진다

겨우내 하늘을 마시며 자란 꽃잎들

가볍고 여린 실핏줄로 터지고 있다

살점을 떼어내듯 분홍빛 지문들이 떨어지는

언덕 위의 붉은 잔

나무는 피를 흘려도 아프다 소리치지 않는다

산자의 어깨에 내리는 저 핏방울

창공에 붉은 물결 넘치는 동안

바람은 꽃망울을 넘어가기 위해 가벼워진다

차디찬 땅끝,

언약을 바라본 이들에게 온기가 돈다

꽃잎의 살점은 우리의 허물을 갚아주신

은총의 무게

내 몸 어딘가 당신을 향한

연분홍 촉수가 켜진다

권여원

수상소감 눈물로 기도해 주신 분들 미소 떠올라

눈 덮인 땅,
시린 바람을 견디던 뿌리는 봄을 안고 있었습니다.
땅 속 한 켠에 눈물을 저장하고 있던 내 오랜 방황은
이제 당신의 은총으로 다져지기 시작했습니다.
말씀은 내 영혼에 새순으로 돋아 꽃망울 터뜨리며
무성한 여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주님이 주신 펜으로 그분의 숨결을 노래하여
풍성한 결실을 드리겠습니다.
상처나고 지친 영혼들에게 한 줄 위로가 될 수 있는,
소망으로 물든 시가 되도록 무릎으로 간구하겠습니다.
시의 뿌리를 마음껏 뻗어갈 수 있도록 인도해 주신 손진은 교수님,
마경덕 선생님께 감사드리며, 제게 신앙시인으로 남겨지라고 귀한 상을
허락해 주신 국민일보사, 한국기독교문화예술총연합회와 심사위원 선생님들께도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시편의 울타리에서 꽃밭을 일구고 계시는 두 분 선생님과
못나고 철없는 나를 위해 언제나 눈물로 기도해주시는
사랑하는 사람들의 뿌듯한 미소가 바람을 타고 건너옵니다.

귀한 달란트를 주신
왕이신 나의 예수님께 모든 영광을 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