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양회 폐막 이후] 태자당 세력 약화… ‘차기’ 시진핑 홀로서기 험난 예고

입력 2012-03-15 18:58


“시진핑(習近平) 부주석이 주석직을 예약하고는 있지만 ‘홀로서기’를 할 때까지 앞길이 험난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15일 보시라이 충칭시 서기의 낙마에 대해 이같이 분석했다. 보 서기의 정치국 상무위원 진입이 불가능한 상황이 되면서 시 부주석으로서는 태자당 세력의 약화에 따른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중국 최고 지도부로 꼽히는 정치국 상무위원 9명 가운데 자기 세력을 몇 명이나 확보하고 있느냐는 정치적 의사결정을 하는 과정에서 결정적인 힘을 발휘한다. 더욱이 덩샤오핑(鄧小平)-장쩌민(江澤民)-후진타오(胡錦濤)로 최고 권력이 이어지면서 갈수록 집단지도체제의 성격이 농후해지고 있어 ‘창주’(常九, 상무위원 9명) 구성원의 중요성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더욱이 시진핑 시대에는 최고 지도부가 권력 분점을 통한 합의 구도 아래서 통치하도록 하는 소위 ‘민주집중제’를 도입하도록 하기 위해 공청단 계열에서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시 부주석은 이 같은 상황을 의식해 보 서기 재임시절 충칭을 방문해 ‘충칭 모델’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등 그를 끌어안기 위해 애쓰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 같은 상황에 비춰볼 때 보 서기의 실각은 올가을 18차 당 대회(18대)를 앞둔 공청단, 태자당, 상하이방 간 치열한 힘겨루기의 시작인 셈이다.

현재로서는 보 서기의 정치적 치명상이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을 정점으로 한 공청단 계열의 득세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우선 보 서기와 라이벌 관계에 있었던 왕양(汪洋) 광둥성 서기에게는 상무위원 진입의 문이 훨씬 넓어졌다.

왕 서기 외에도 차기 상무위원 유력 후보 중에는 공청단 계열이 태자당이나 상하이방보다 상대적으로 많은 편이다. 이는 공청단 세력의 확대를 의미하는 것이다.

후임 충칭시 서기 인사에서도 공청단이 득을 볼 것이란 관측은 여전히 나오고 있다. 즉 장쩌민 전 주석에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장더장 부총리가 충칭시 서기를 겸직하게 됐지만 그는 임시로 충칭시를 관리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관측통들은 ‘18대’가 지난 뒤 당초 알려졌던 공청단 계열 저우창(周强) 후난성 서기가 충칭시 서기를 맡을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보고 있다.

시 부주석에게 결정적으로 불리한 상황은 후 주석이 내년 3월 퇴임 이후에도 영향력을 계속 유지하려고 하면서 전개될 것이란 관측이다. 후 주석은 공청단 계열의 득세를 도모하면서 권력의 또 다른 축인 군사위 주석직을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설득력 있게 나오고 있다. 후 주석은 이러한 관측을 뒷받침하듯 지난 12일 전국인민대표대회 인민해방군 전체회의에 참가해 ‘군대에 대한 당의 영도’를 다시 한번 분명히 했다. 장 전 주석이 주석직에서 물러난 뒤 후 주석에게 한동안 군사위 주석직을 물려주지 않은 전례를 따르려 한다는 것이다.

베이징=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