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양회 폐막 이후] 보시라이, 양회 폐막에 맞춰 문책 왜?
입력 2012-03-15 22:04
보시라이 충칭시 서기에 대한 인사 조치가 양회 폐막에 맞춰 전격 단행돼 주목되고 있다.
보시라이는 이미 ‘힘 빠진 장수’라는 평가를 받고 있었지만 낙마 시기가 이처럼 빨리 오리라고 예상한 관측통은 드물었다.
당 중앙은 “보시라이 동지가 더 이상 충칭시 서기직을 맡지 않는다”고 밝히면서도 그의 과오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명시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아직 ‘왕리쥔 사건’에 대한 성격 규정이 완전히 끝나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보 서기에 대한 문책 인사는 양회 기간에 ‘징후’가 나타나고 있었다. 후진타오 국가 주석이 양회 중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 참가한 공산당원들을 만나 왕리쥔 충칭시 부시장에 대해 ‘조국과 당에 대한 반역자’라고 말했다는 대목이 그 첫째다.
이는 왕리쥔 사건이 국기(國紀)를 흔든 사건이라는 뜻으로 이 경우 보 서기에게 미칠 악영향이 간단치 않을 것임을 읽을 수 있다.
더욱이 보 서기는 양회 기간에 자신의 비리를 폭로하려고 한 장밍위 충칭시 인대 대표를 충칭으로 압송해 ‘자신의 무덤을 파는 행위’라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여기에다 양회 기간 내내 외신기자들은 왕리쥔 사건 추적에 나서 이와 관련한 보도를 그치지 않아 ‘국위를 손상시킨 사건’으로 부각되기에 이르렀다.
결국 원자바오 총리가 14일 양회 폐막 기자회견에서 보 서기 등에게 반성해야 한다고 언급했을 때는 이미 중국 지도부 내에서 그의 거취 문제에 대한 합의가 이뤄진 상황이었던 셈이다. 현재로서는 보시라이가 충칭시 서기직은 잃었지만 한직을 유지하는 선에서 ‘연착륙’할 것이란 관측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이러한 전망은 왕리쥔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시점에 분명해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왕리쥔은 당 간부들이 이용하는 ‘301병원’에 입원해 있다는 전언이 나돌고 있으나 확인은 되지 않고 있다.
왕리쥔 사건은 지난달 6일 저녁 왕 부시장이 쓰촨성 청두에 있는 미국 총영사관에 들어가 정치적 망명을 요청하면서 ‘희대의 정치 사건’으로 떠올랐다. 그가 망명을 요청한 사실은 재야 언론에 의해 9일 처음 알려졌다.
충칭시 당국은 같은 달 8일 왕 부시장이 과로로 인해 휴가를 내고 치료 중이라고 발표해 그 배경을 둘러싼 의혹이 증폭되던 차였다. 그에 앞선 2일 왕리쥔 부시장이 겸직하던 공안국장직에서 면직 처분된 게 이번 사건의 신호탄이었다.
베이징=정원교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