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 원전 사고’ 숨긴 한수원 관계자 형사고발키로… 원자력안전위, 간부들 은폐 모의 정황 밝혀내

입력 2012-03-15 21:51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지난달 9일 발생한 부산 기장군 고리 원자력 발전소 1호기 사고를 은폐하고 보고 의무를 지키지 않은 한국수력원자력 관계자들에 대해 형사고발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안전위는 15일 한수원 관계자들을 상대로 진상조사를 벌여 사고가 난 직후인 오후 9시쯤 문병위 당시 발전소장과 실장, 팀장 등 간부들이 현장에서 사건을 덮기로 모의했다는 정황을 밝혀냈다. 이들은 안전위에서 파견된 현지 안전 감독관이 알아채지 못하도록 관련 기록도 남기지 않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전위는 이에 따라 조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발전소장을 비롯한 관련자들을 검찰에 고발할 계획이다. 한수원은 당시 발전소장이었던 문병위 위기관리실장을 이날자로 보직해임했다.

한수원 본사가 고리 원전 1호기 정전 사고를 한 달여 동안 정말 모르고 있었을까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김종신 한수원 사장은 지난 11일에야 사고내용을 보고받았다고 했지만 본사까지 모르고 있기에는 석연치 않은 정황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사고 당시 고리 1호기에는 직원 60∼100명 정도가 근무를 하고 있었다. 최소 60명 이상은 사고내용을 알고 있었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에서 부산시의회 김수근 의원은 지난달 20일쯤 고리 원전 부근 식당 옆테이블에서 “고리 1호기에 사고가 났다”는 얘기를 듣고 지난 8일 고리원자력본부를 추궁했다. 따라서 알 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었던 사실을 고리원전 본부장부터 한수원 본사까지 몰랐다는 건 설득력이 약하다는 것이다.

한수원이 지난 6일 정영익 고리원전 본부장과 문병위 고리제1발전소장을 함께 교체한 것을 두고도 의문이 제기된다. 문 소장은 본사 위기관리실장으로, 정 본부장은 월성원전 본부장으로 옮겼다.

한수원 측은 정기 인사였을 뿐이라고 하지만 사전에 뭔가를 감지하고 교체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김 의원은 “지난 2일 울산 국제원자력대학원 입학식에서 정 본부장을 만나 문의했는데 (자신이) 발령이 났다며 회피해 의구심이 더욱 커졌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고리원전은 평소 퓨즈 하나만 나가도 본부장까지 보고하는 등 시시콜콜한 모든 것이 시시각각 보고되는 시스템”이라며 “그런데도 10분이 넘게 고리원전에 전력 공급이 중단된 사고를 최고 책임자인 본부장과 경영지원처장 등이 몰랐다는 것은 전혀 설득력이 없다”고 강조했다.

또한 비상디젤발전기가 고장이 난 것도 큰 문제지만 비상발전기 2대중 1대가 정비 중인 상태에서 계전기에 손을 대 정전사고를 초래한 것은 기본적인 매뉴얼도 지키지 않은 데서 비롯된 것이란 지적이다.

노석철 기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