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영, 전략비축유 방출 논의… 이란 석유생산량 10년만에 최저수준

입력 2012-03-15 18:50

핵무기 개발 의혹을 받고 있는 이란에 대한 서방의 제재가 본격화하면서 이란의 석유 생산량이 10년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올 하반기에는 이란의 하루 평균 석유 생산량이 현재보다 최대 100만 배럴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미국과 영국은 석유 공급 감소에 따른 유가 급등을 막기 위해 전략 비축유 방출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지난달 이란의 원유 생산량은 하루 평균 5만 배럴 감소한 338만 배럴을 기록했다. 이는 2002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이미 서방의 대 이란 제재가 시작되기 전에도 이란의 석유 생산량은 꾸준히 줄어왔다. 반 서방 노선을 걷고 있는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글로벌 석유 기업들이 이란 석유 산업에 대한 투자를 꺼리게 됐고, 이는 이란의 석유 시설 노후화와 시추 기술의 후퇴로 연결됐기 때문이다.

IEA는 유럽연합(EU)의 이란산 원유 수입 금지 조치가 전면 시행되는 오는 7월쯤에는 이란의 원유 생산량이 현재 하루 평균 생산량의 3분의 1 가량인 80만∼100만 배럴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한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정상회담에서 전략비축유(SPR) 방출 가능성을 논의했다고 로이터가 이날 보도했다.

이는 오바마 대통령이 비축유 방출을 위한 국제 협력을 모색하기 시작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로이터는 지적했다. 오는 11월 미국 대선의 주요 변수로 부상한 미국의 휘발유 값은 갤런 당 평균 3.81달러까지 상승했다.

한 영국 관리는 “오바마 대통령이 먼저 이 문제를 거론했다”고 전했다. 한 소식통은 방출 결정이 내려지기까지 협의가 최장 몇 달이 더 걸릴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7억2700만 배럴을 비축하고 있다. 이는 유사시 한 달가량 쓸 수 있는 양이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