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대통령 아사드, 이란서 정치적 조언 받고 부인은 해외 호화물품 구입에 혈안

입력 2012-03-15 21:45

시리아 대통령 부부 이메일서 드러난 독재자의 삶

8000명이 넘는 시리아 국민이 정부군의 총탄에 쓰러지고 굶주리는 동안 시리아 대통령 부인은 1만 파운드(약 1765만원)가 넘는 호화물품을 주문했다. 국제적으로 고립된 시리아 대통령이 정치적 조언을 받은 곳은 서방과 대립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이란이었다. 그는 반정부 세력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자신이 약속한 개혁 조치에 대해 “쓰레기 같은 정당법, 선거법, 미디어법”이라고 속내를 털어 놓았다.

이 같은 사실은 영국 일간 가디언이 14일(현지시간)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과 부인 아스마가 측근과 주고받은 이메일 3000여건을 공개하며 드러났다. 시리아 야권이 아사드 부부의 개인 이메일을 해킹한 것을 가디언이 입수한 것이다. 아사드는 정·관계 인사를 피해 개인적으로 믿을 만한 사람들과 네트워크를 구축해 이메일을 주고받았다.

지난해 6월부터 지난달까지 주고받은 메일에 따르면, 아사드는 지난 1년간 반정부 시위대 진압 작전과 미디어 전략 등에 대해 이란 측 인사로부터 충고를 받았다. 예를 들면 “국민은 강력한 대통령을 볼 필요가 있다. 어조는 강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레바논 사업가인 후세인 모르타다는 아사드에게 알카에다를 비난하지 말라고 충고했다. 모르타다는 이란과 레바논 헤즈볼라와 긴밀하게 연결된 인물로, 아사드의 주요 자문단 중 한 명이다.

영국 출신의 아스마 여사는 파리에서 촛대와 가구 샹들리에 보석을, 인터넷 쇼핑몰 아마존에서 스위스 요리 퐁뒤를 주문했다. 미국 등 서방이 시리아에 대한 강력한 제재 조치를 마련하는 와중에도 아사드는 차명 계정을 이용해 애플 아이튠스에서 음악을 구입했다. 미국 프로그램 ‘아메리카 갓 탤런트’의 팬인 아스마를 위해 동영상을 다운받기도 했다. 아스마가 남편에게 보낸 메일에는 “난관을 함께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사랑한다”고 써 있었다.

아사드 부부에게 망명을 권유한 메일도 발견됐다. 카타르 국왕의 딸 매야사 알 타니는 지난해 아스마에게 “기소되지 않고 탈출할 기회임을 대통령에게 확신시켜 달라”며 이들에게 국외 망명을 권유했다. 그는 “역사를 보라. 하야해서 정치적 망명지를 찾은 지도자와 잔혹하게 공격당한 지도자가 있다”며 시리아를 떠나 일상생활을 다시 시작할 기회라고 조언했다. 하지만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타니는 올해 초 아사드의 퇴진을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이메일에는 또 아사드의 보좌관이 트위터에 아사드와 아스마 이름을 도용한 계정을 폐쇄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트위터는 이에 아사드의 진짜 계정 하나와 아스마의 계정 절반을 삭제했다.

한편 사우디아라비아와 네덜란드가 14일 시리아 주재 대사관을 폐쇄하는 등 공관 폐쇄가 잇따르고 있다. 사우디 관영 SAP통신은 이날 외교부 성명을 인용해 현지 상황이 악화됨에 따라 시리아 주재 대사관 직원들을 전면 철수시켰다고 보도했다. 네덜란드 외무부도 이날 상황 악화를 이유로 시리아 주재 자국 대사관을 폐쇄했다고 발표했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