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4강 달성 KEPCO 배구… “만년 들러리 벗자” 승승장구
입력 2012-03-15 18:49
한 시즌 동안 프로배구 KEPCO 만큼 천당과 지옥을 맛본 팀이 또 있을까.
초반에 돌풍을 일으키며 2위에 올랐지만 후반들어 경기조작 파문의 직격탄을 맞고 성적은 급전직하, 4위 유지에 급급해야 했다. 결국 KEPCO는 초반에 벌어놓은 성적에 힘입어 14일 가까스로 4위까지 주어지는 포스트시즌 티켓을 확보한 신춘삼 감독은 “울고 싶어도 울지 못할 때 주위 여러분께서 선수들에게 힘을 실어줬다”며 팬들에게 영광을 돌렸다.
2005년 프로출범 후 처음으로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지은 KEPCO는 시즌을 앞두고 우승후보로까지 거론될 만큼 공격력 보강이 돋보였다. 신인왕 출신 박준범 임시형에 특급 신인 서재덕까지 공격진에 가세했다. 여기에 ‘원조 괴물’ 안젤코의 입단은 천군만마를 얻은 분위기였다. 지난해 정규리그 우승팀 대한항공이 채 정비되기 전 2라운드까지 KEPCO는 9승3패로 삼성화재에 이어 2위에 올랐다.
하지만 지난 달 터진 경기조작 사건은 KEPCO에 치명타였다. 박준범 임시형에다 세터 2명(김상기 최일규)마저 연루돼 영구제명이란 중징계로 팀을 이탈해야 했다. 게다가 신인 공격수 서재덕마저 부상으로 5라운드부터 제외되면서 팀은 붕괴 일보직전까지 갔다. 지휘자인 세터 이탈로 조직력이 와해된 KEPCO는 지난달 16일 대한항공과의 경기부터 7연패에 빠졌다. 그 틈을 비집고 5위 드림식스가 5연승을 올리며 턱밑까지 따라붙었다. 하지만 맨하위 LIG손보가 14일 드림식스에 믿기어려운 재역전승을 거두면서 KEPCO는 남은 한 경기에 관계없이 4위가 확정됐다.
신 감독은 “다른 팀의 도움을 받지 않고 우리 힘으로 4위를 확정하고자 18일 LIG손보와의 마지막 경기에 올인하자고 선수들을 독려했다”며 “만년 5∼6위에 머물던 KEPCO가 올해 좋은 성적을 내면서 배구의 저변도 넓어졌다”고 평가했다.
후보 세터 김천재를 기용하면서 새롭게 팀을 재편성한 신 감독은 25일부터 열리는 3위 현대캐피탈과의 준플레이오프(3전2선승제)에서는 진정한 KEPCO의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서완석 국장기자 wssu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