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추승균 “정상서 떠난다. 제 농구인생 점수는요~”

입력 2012-03-15 20:05

“모두 고마웠습니다.”

‘소리 없이 강한 남자’ 추승균(38)이 모처럼 마이크 앞에서 진심 어린 소리를 냈다. 30년 선수생활을 마무리하는 추승균은 15일 서울 서초동 KCC 본사에서 열린 은퇴 기자회견에서 “평생 농구하면서 많은 걸 이뤘고 이 자리에 행복한 마음으로 앉아 있다”며 소감을 밝혔다.

은퇴 이유에 대해서는 “농구를 시작할 때부터 정상에 있을 때 떠나야 한다는 마음을 갖고 있었다. 올 시즌 6강에 머물러 조금 아쉽지만 지난 시즌 우승했기 때문에 기쁜 마음으로 은퇴한다”고 말했다.

그는 기자회견 내내 웃고 있었지만 선수시절의 추억들이 파노라마가 되어 스치는 듯 잠시 생각에 잠기기도 했다.

추승균은 “2008-2009시즌 전주 KCC 주장으로서 후배들을 이끌고 우승을 이룬 뒤 챔피언결정전 MVP에 선정된 것이 가장 기억에 남고 올 시즌 홈에서 1만 득점을 달성한 것도 잊을 수 없다”고 소회를 밝혔다. 또 자신의 농구 인생을 93점으로 평가한 그는 ‘정규리그에서 MVP를 차지하지 못해 7점을 깎았다’고 말해 회견장에 웃음을 던졌다.

‘레전드’ 추승균은 1997년 한양대를 졸업하고 KCC의 전신인 현대 걸리버에 입단해 은퇴할 때까지 15년간 한 팀에서만 뛴 프랜차이즈 스타다. 무려 다섯 차례나 챔피언결정전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렸고, 준우승도 3번이나 경험했다.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으며 선후배에게 모범을 보여온 추승균은 프로농구 올스타에도 13번 선발되는 등 농구팬들로부터 지속적인 사랑을 받아왔다.

향후 거취에 대해서 아직 정해진 게 없다고 밝힌 그는 “구단과 좋은 방향으로 이야기 중”이라며 “프로란 항상 성실하고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다. 자신도 늘 그렇게 되기 위해 노력했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허재 KCC 감독은 “좋은 선수를 떠나보내는 것이 감독으로는 아쉽지만, 제2의 인생을 멋지게 펼치기를 바란다”고 덕담했다.

여자프로농구의 ‘바스켓 퀸’ 정성민(KB국민은행)도 “추승균은 내가 인정하는 KBL 최고의 선수였고 마지막까지 최고의 모습으로 내 눈을 행복하게 해주어 감사했다”고 말하면서 74년 동갑내기의 은퇴를 아쉬워했다.

곽경근 기자 kkkwa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