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락 없는 학생 ‘등교 금지령’이 떨어지고… 인도 영화 ‘스탠리의 도시락’
입력 2012-03-15 18:32
인도 영화에는 대부분 노래와 웃음이 있다. 지난해 국내 개봉돼 좋은 반응을 얻은 ‘내 이름은 칸’과 ‘세 얼간이’는 드라마틱한 스토리에 코믹과 뮤지컬 요소를 섞어 관객들을 즐겁게 했다. 최근 개봉된 ‘스탠리의 도시락’(사진)도 마찬가지다. 학교에 점심 도시락을 싸오지 못하는 열한 살 스탠리의 사연을 웃음과 눈물, 그리고 노래가 있는 감동 드라마로 그려냈다.
공부면 공부, 노래면 노래, 춤이면 춤 등 못하는 게 없는 완벽 소년 스탠리(파토르 굽테)에게는 단 하나의 약점이 있었으니, 바로 점심 도시락을 싸오지 못하는 것이다. 하지만 매일같이 도시락을 나눠주는 마음 착한 친구들 덕분에 스탠리의 학교생활은 즐겁기만 하다. 과자 카레 튀김 등 메뉴가 다양하다. 도시락 까먹던 옛 학창 시절이 떠올려지는 풍경이다.
그러던 어느 날 ‘식탐 대마왕’이라는 별명이 붙은 베르마(아몰 굽테) 교사가 그 사실을 알게 된다. 베르마는 반 아이들의 도시락 습격을 시작하고, 급기야 도시락이 없는 학생은 학교에 나오지 말라는 불호령을 내린다. 영화는 학교에 나오지 못하는 스탠리의 가정환경에 앵글을 맞춘다. 부모도 없이 삼촌의 음식 가게에서 노동을 하며 학교에 다니는 처지다. 해맑은 스탠리의 모습을 통해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강제적으로 노동현장에 내몰리는 인도 아이들의 상황에 대해 간접 화법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전 세계 2억5000만명에 달하는 어린이 노동 인구 중 인도에서만 1200만명의 아이들이 채석장과 카카오 밭 등에서 단돈 1달러도 안 되는 일당을 받고 하루에 12시간 이상씩 일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환경을 탓하지 않고 언제나 밝고 꿋꿋하게 생활하는 스탠리의 ‘희망 찾기’가 보는 이를 훈훈하게 한다. 감독과 배우, 시나리오 작가로 활동 중인 아몰 굽테의 두 번째 연출작.
이광형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