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담으로 풀어낸 웃음과 해학의 인류학… ‘속담 인류학’

입력 2012-03-15 18:12


속담 인류학/요네하라 마리 지음·한승동 옮김 (마음산책·1만4000원)

바람둥이 친구 얘기에서 시작해 금욕을 설파한 스토아학파 철학자 세네카를 거쳐 걸프전쟁에 이르기까지 동서고금을 오르내리며 상황마다 그에 딱 들어맞는 세계 각국의 속담들이 줄줄이 나온다. 어떻게 같은 뜻을 담고 있는 속담들이 나라마다 있을까? 사는 곳, 생긴 모양, 쓰는 언어가 달라도 생각은 비슷한 걸까? 서로 다른 세계의 닮은꼴 속담이라니!

책에는 이런 꼭지가 무려 29개나 된다. 미국과 유럽 대륙은 물론 한국 중국 일본 심지어 아프리카 소수민족의 속담까지 방대하게 끌어낸다. 성경부터 아리스토텔레스, 호라티우스, 셰익스피어, 몽테스키외 등 대문호의 명언까지 적재적소에 담았다.

천박한 음담패설, 지루한 정치 얘기도 속담과 명언을 양념삼아 버무려 놓으니 멋스럽고 유쾌하게 곱씹게 된다. 마찬가지로 속담들이 품고 있는 교훈을 설파하면서 참된 눈을 깨우쳐 동시대를 올바로 읽어내라는 저자의 종용은 에피소드에 섞여 무겁게 느껴지지 않는다. 저자는 여성에게 관대하지 못한 일본 사회에서도 자기 목소리를 낼 줄 아는 용감한 여성 독설가이자 뛰어난 동시통역사다.

김혜림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