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학교폭력 방치하면 국가 장래 암울해져

입력 2012-03-15 18:18

초·중·고교생들의 학교폭력이 난무한다는 조사 결과에 이어 싸움을 부추기는 ‘맞짱 카페’까지 등장해 충격을 주고 있다. 청소년들의 학업포기, 탈선, 인격파괴, 심지어 우울증까지 유발하는 폭력을 방치하면 공동체가 무너지고 국가 장래까지 암울해진다.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이 전국 초등학교 4학년생부터 고교 3학년생까지 558만명을 대상으로 처음 실시한 ‘학교폭력 실태 전수조사’ 결과 17만명이 최근 1년 이내에 폭력 피해를 입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응답자 139만명 중 12.3%에 해당한다. 일진·폭력서클이 있다고 응답한 학교는 전체 초·중·고교 중 82.1%에 달했다.

폭력 피해를 유형별로 보면 ‘말로 하는 협박과 욕설’이 37.9%로 가장 많았고, ‘인터넷 채팅·이메일·휴대전화로 하는 욕설과 비방’ ‘집단 따돌림’은 각각 13.3%였다. ‘돈이나 물건을 빼앗김’ ‘신체·도구를 이용한 폭력이나 특정 장소에 감금’ 도 10%를 넘었다. 폭력 발생지는 교실이 25.0%로 가장 높았다.

이번 조사 결과는 학교폭력이 생각보다 훨씬 심각한 수준임을 보여주고 있다. 교육당국과 가정에서는 학생이나 자녀를 상대로 인성·윤리교육을 강화하고, 공동체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도입해야 한다. 폭력 수위가 높고 빈도가 잦은 학생을 과감하게 격리함으로써 다른 학생을 보호해야 한다. 학교폭력 고위험군 학교에 전문 상담교사를 배치하는 일도 늦춰서는 안 된다. 교육당국은 이번 조사의 설문 회수율이 25%로 낮아 표본조사 수준에 그쳤다는 지적에 유념해야 한다. 실태를 정확히 파악해야 실효성 있는 대책을 세울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광주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가 14일 싸울 사람과 돈 걸 사람을 모집한 ‘맞짱 카페’ 7곳을 폐쇄시키고 청소년 등 8명을 조사 중인 사건은 우리 사회가 폭력에 얼마나 둔감한지를 보여준 대표적 사례다. 이런 카페는 앞으로도 발호할 개연성이 높다. 수사당국은 관련 부처와 합동으로 지속적인 단속에 나서기 바란다.